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임단협에서 한국GM 노조를 설득할 새 합의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한국GM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부평 2공장 신차 배정은 본사인 미국 GM에 달려있는 만큼 카젬사장으로서는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다.
 
한국GM 노사갈등 다시 원점, 카젬 부평2공장 신차배정 풀 길 없어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


2일 한국GM 노조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뒤로 향후 행동방향과 관련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7일부터 출근 투쟁과 함께 산업은행 앞 시위 등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부분파업과 잔업 및 특근 거부를 재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부평 공장 노동자들이 이번 잠정합의안에 반대한 만큼 노조도 새로운 합의안 마련을 회사에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구체적 행동 방향은 8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 공장은 한국GM 노조 재적조합원 가운데 가장 많은 조합원이 있는 만큼 올해 임단협 타결을 결정지을 핵심으로 꼽힌다.

한국GM 노조원 가운데 부평공장 조합원이 4514명으로 전체 한국GM 노조의 재적조합원(7775명)에서 5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특히 부평 2공장 노조원들의 고용안정이 달린 신차배정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11월30일부터 1일까지 진행했던 찬반투표에서 부평 공장 노조원의 찬성률은 38.4%에 그쳤다.

카젬 사장이 잠정합의안에 부평 2공장 노동자들의 고용안정화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명시했지만 서면 약속 만으로는 노조 조합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애초 잠정합의안에는 부평 2공장과 관련해 “회사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평 2공장 운영형태의 변경과 관련해 직원들의 고용안정에 관한 제반 대책을 수립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카젬 사장은 이밖에 "올해 임단협 타결 이후 한국GM노조와 매월 미래발전위원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면서 부평 2공장과 관련해 꾸준한 논의를 이어간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조합원들의 찬성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평 2공장은 현재 단종 가능성이 높은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노조원들의 불안이 높다.

카젬 사장은 잠정합의안 부결 뒤 노조를 설득할만한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GM 노조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부평2공장 신차배정 문제는 카젬 사장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GM은 한국GM 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일 때부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카젬 사장이 본사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스티브 키퍼 미국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11월18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한국GM 노조가 생산물량을 인질로 삼으면서 심각한 재정 타격을 주고 있다”며 “(한국GM) 노조의 행동이 한국을 경쟁력 없는 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부평 2공장 노조원들의 고용안정대책 못지 않게 카젬 사장과 한국GM노조 사이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바라본다.    

카젬 사장이 2018년부터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창원과 제주 등의 물류센터를 통합하고 직영정비소를 축소해 노조 조합원들의 고용과 관련한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부평 2공장에 신차배정을 요구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하면서 결국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는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올해 임단협이 해를 넘기게 된다면 내년에도 부분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로 카젬 사장이 취임 이후 약속했던 경영 정상화는 더 멀어지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