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이 지지부진한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를 계기로 확대될 수 있을까?

경제사회노동위 합의에 공공기관에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기며 정부가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에 더 강한 당근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나온다.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에 경영평가 당근책 더 주나, 노조 설득이 관건

▲ 2019년 11월27일 서울시청 옆 무교로에서 열린 '서울지역공무직지부 전조합원 임·단협 교육'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직무급제 폐지와 노조 임·단협안 수용 등을 요구하며 피켓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경제사회노동위 합의를 계기로 정부가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에 더 큰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개편할 가능성이 나온다. 

경제사회노동위 공공기관위원회가 25일 내놓은 합의문에는 ‘객관적 직무가치가 임금에 반영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한다’는 직무급제 관련 내용이 담겼다. 

직무급제는 업무의 책임과 강도, 난이도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국내 많은 기업들이 재직연수에 따라 연봉이 올라가는 ‘호봉제’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직무급제는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등에 따라 급여가 정해진다. 

호봉제는 오래 일할수록 급여가 늘어나는 만큼 간부와 일반직원의 임금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 개인의 성과와 직무 숙련도, 난이도 등이 반영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고용불안·고령화 기조와 맞물리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키워 청년 신규채용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직무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에 가점을 주는 방식을 통해 공공기관에 직무급제 도입을 독려해왔다. 

이러한 ‘당근책’에도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도입이 지지부진하자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을 수정해 내놓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10월 말 수정해 내놓은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을 살피면 직무급제 도입 노력 및 성과를 평가하는 항목에 따로 2점이 부여됐다. 

기획재정부가 3월 내놓은 기존 내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는 직무급제 도입과 예산편성지침을 따른 예산 편성, 임금피크제 운영 등 보수 및 복리후생과 관련한 지표 세 가지를 모두 통틀어 3점을 부여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공공기관들은 경영평가를 통해 한 해 성과급이 결정될 뿐만 아니라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 기관장의 임기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기재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맞춰 경영을 구상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번 경제사회노동위 공공기관위원회의 합의를 계기로 더욱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사회노동위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은 25일 경제사회노동위 합의와 관련한 성명서를 내고 “이번 합의는 반쪽의 동의에 불과해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직무급제 도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기재부는 경영평가 배점을 통해 공공기관 노사를 압박해왔다”며 “기재부의 일방적 지침으로 진행되는 기관별 임금체계 개편을 공공기관 노조의 공동투쟁을 통해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내부에서도 직무급제 도입으로 임금감소를 우려한 노조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 직무급제 전면 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올해 1월 직무급제 전면 도입을 검토했지만 직무급제가 시행되면 일부 직원의 임금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노조가 직무급제 반대로 돌아서면서 직무급제 도입이 사실상 멈춰있다. 

직원 1천 명이 넘는 대형 공공기관 가운데 강원랜드와 한국수력원자력도 노조의 반발이 거세 노조원이 아닌 일부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만 제한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면 직무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직원 수가 500명 미만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석유관리원과 새만금개발공사, 산림복지진흥원, 한국재정정보원 등에 그친다. 

하지만 여러 공공기관들은 노조의 반발에도 정부의 ‘당근책’에 직무급제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이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남동발전, 한국전력기술,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20곳이 넘는 공공기관들이 직무급제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경제사회노동위가 합의를 내놓긴 했지만 이와 관련한 세부지침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다”며 “정부가 계속해서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니 많은 공공기관들이 직무급제 도입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노조의 반발이 너무 거세 이를 넘어서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