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외교정책 전환과 대북정책 공백기는 ‘한반도 운전자’ 역할 확대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은 내년 상반기 중에는 적극적으로 북한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미국 권력교체기 북한정책 공백에 ‘한반도 운전자’ 기회 잡는다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20일 취임한 뒤 외교 및 안보 분야 보좌관을 임명하는 등 조직을 정비하고 정책방향을 잡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권의 인수인계작업에 매우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 당선자가 정부 조직을 정비하는 일이 지연될 수도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 정책을 리뷰하고 안보보좌관 등 참모진을 구성하는 시간이 6개월은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자에게 코로나19 방역, 경제 활성화 등 대내적 문제 해결과 유럽 등 주요국들과 전통적 동맹관계를 회복하는 것 등 시급한 현안들이 많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 정세에서 미국의 한시적 공백은 남한과 북한 사이 대화 재개는 물론 북한과 미국 사이 대화도 힘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보인다. 

대화 공백상황의 지속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사그라들면서 잊혀지는 상황을 가장 피하고 싶어한다고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하지만 그만큼 한국의 역할이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중재자로서 한국의 입지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오바마 정부 때 미국 국무부에서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회장은 송 의원 등 민주당 소속 한반도TF 방미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북한이 인내하도록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좋은 생각이고 바이든 정부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접근은 한국과 미국의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향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앞으로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여러번 언급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이 최근 별다른 적대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특히 미국 대통령선거와 관련해서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트 대통령과 토론 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폭력배(thug)’라고 지칭한 적이 있음에도 발언 직후는 물론 당선이 확정된 뒤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최고존엄을 모독하면 즉시 반박 성명을 내거나 외교적 항의를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라며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바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바이든을 향한 부정적 반응을 삼간 채 선거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압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변수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역학관계를 잘 이용하면 핵심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기회도 만들 수 있다. 중국에게도 북한은 중요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 도쿄올림픽을 한국과 일본 사이 관계 개선은 물론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민주당 의원 등은 11월 들어 연이어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만나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진표 의원은 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일 관계 정상화는 물론 남한 북한 미국 일본의 외교 돌파구를 만들자는 구상은 당정청 전체의 의지”라며 “일본 정부가 내년 7월 도쿄올림픽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도쿄로 초청할 의향을 밝혔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외교적 움직임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는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17일 미래전략 싱크탱크인 재단법인 여시재와 대담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해법이 외교라고 이해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책은 한국 국민이 만들어 내야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 지도하는 역할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