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다음 이사장 선임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장 취임 때마다 불거졌던 외부인사 논란과 노동조합의 반대 등이 또 다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이사장에 손병두 민병두 정은보 물망, 노조 반발해 진통 불 보듯

▲ 한국거래소. <연합뉴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지원 전 거래소 이사장의 후임자로 거명되는 인물은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민병두 전 의원,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사 등이다.

다음 이사장으로 떠오른 인물이 모두 외부인사인 점에서 그동안 새 이사장이 취임할 때마다 반복됐던 노조의 반발이 이번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노조는 이사장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거래소출신 내부인사가 없고 대부분 금융위원회 등 관료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산하 한국거래소 노조는 17일 성명을 발표해 이사장 선임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거래소 노조는 “지난 10여 년 동안 금융정책 실패의 주범인 금융위원회출신 관료들에게 더 이상 한국거래소를 맡길 수 없다”며 “금융위출신 또는 퇴물 정치인 내정을 철회하고 거래소 이사장 선임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손병두 전 부위원장과 정은보 협상대사는 물론 민병두 전 의원이 다음 이사장 후보로 오르내리는 것과 관련해 노조에서 반대를 밝힌 것이다.

거래소 이사장은 그동안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경제관료출신 인물이 주로 맡았다. 

2005년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 코스닥 위원회, 코스닥증권시장 등을 통합해 지금의 한국거래소가 탄생한 이후 모두 6명의 이사장이 선임됐는데 그 가운데 민간출신은 키움증권 부사장을 지낸 김봉수 전 이사장 한 사람뿐이다.

통합 전 증권거래소 시절에도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이사장을 지낸 박창배 전 이사장이 유일한 내부출신이다.

이 때문에 관료출신 등 외부인사가 새 이사장으로 취임할 때마다 한국거래소 노조는 ‘낙하산인사'라며 반발하곤 했다.

정지원 전 이사장과 그 전임자인 정찬우 전 이사장도 외부인사라는 점을 들어 노조가 반발했고 이에 취임식이 미뤄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정찬우 전 이사장이 2017년 8월17일 물러나겠다는 뜻을 보인 데 따라 거래소는 그해 8월부터 신임 이사장 인선작업을 시작했다. 

거래소는 9월 안에 이사장 선임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노조에서 후보자 선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탓에 후보 추가 공모를 진행해야 했다. 

이에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고 10월 말이 돼서야 주주총회를 열어 정지원 전 이사장을 선임할 수 있었다.

정 전 이사장 후임으로 거래소 내부인사가 유력하게 떠오르지는 않고 있어 이대로라면 노조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11월1일 공식 임기를 마친 정 전 이사장은 손해보험협회장으로 선임됐다. 

거래소는 정 전 이사장의 후임자를 뽑기 위해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13일부터 20일까지 이사장 후보를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거래소의 이사장은 후보 공모와 이사후보 추천위원회의 서류심사 및 면접을 거친 뒤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후보자 공모부터 주주총회까지 과정은 보통 한 달가량 걸리는 만큼 12월 안에는 다음 이사장 선임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이사후보 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5명,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 대표 각 1명, 금융투자협회 추천 인물 2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