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메디톡스와 균주소송 관련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판결을 앞두고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전 사장이 그동안 해외진출에 들였던 공이 ‘도로 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다.
 
[오늘Who] 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 운명 19일 결정, 전승호 긴 하루

▲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균주 및 영업비밀 도용에 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판결이 미국 시각으로 19일 나온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7월 내린 예비판결 결정에 비춰 시장은 메디톡스의 승소를 점치고 있다. 예비판결의 결정이 최종판결에서 뒤집힌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메디톡스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국제무역위원회가 최종판결 일정을 공개한 10월23일 17만8800원에서 17일 23만5천 원으로 31.4% 상승했다. 반면 대웅제약 주가는 같은 기간 7.8% 하락했다.

누구든 지는 쪽은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과 함께 수백억 원에 이르는 소송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만약 대웅제약이 패소하면 더욱 뼈아픈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예비판결에서 사실상 대웅제약이 미국에 10년 동안이나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렇게 되면 대웅제약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진출도 막힐 수 있다.

대웅제약의 유력한 경쟁기업인 엘러간이 재판결과를 무기 삼아 유럽과 중국에서도 소송을 통해 대웅제약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엘러간도 메디톡스 편으로 재판에 참여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최종판결에서 패소한 뒤에는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터이고 이후 다른 소송에서 대웅제약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승호 사장은 2018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나보타를 앞세워 수출길을 닦아왔는데 그동안 쏟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이 40대의 ‘젊은’ 전승호 사장을 대표이사로 발탁한 데에는 글로벌사업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전 사장은 대웅제약에서 글로벌전략팀장과 글로벌마케팅TF팀장 등을 지내며 해외사업 역량을 닦은 데다 글로벌사업본부장을 맡던 때에는 해외시장 진출과 주요 전략 제품군의 해외수출 증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있을 때 성사한 수출계약 규모만 10억 달러(약 1조1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은 2019년 9월 유럽에서 나보타(유럽이름 누시바)의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으나 코로나19로 출시일정이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에서는 2022년 출시를 목표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예비판결에 반박하는 이의신청서를 제기하고 국제무역위원회가 예비판결 결과를 재검토하기로 한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메디톡스의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대웅제약 내부에서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예비판결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한 점과 메디톡스의 균주가 언제, 어떻게 절취됐는지가 입증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승소를 예상하고 있다.

전승호 사장은 대웅제약의 해외진출이 달려있는 만큼 최종판결에서 지더라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은 최종판결에서 지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기로 내부 논의를 마쳐놓고 있다.

최종판결에서 진 쪽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최종판정 뒤 14일 이내에 위원회 재심 요청, 최종판정 뒤 60일 이내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 등이 있다. 

이틀 뒤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긴 싸움도 끝이 난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훔쳤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두 회사는 2016년 10월부터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2019년 2월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했고 이 때문에 대웅제약은 2019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나보타의 품목허가를 받고 첫 발을 내딛자마자 미국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