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다음 은행연합회 회장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면서 은행권의 시선이 몰린다. 

김 회장은 현직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고 관료 출신이라는 측면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관피아' 논란에도 불구하고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회장후보군 7명 가운데 김광수 회장 등 관료 및 정계출신 인사가 3명이나 포함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피아란 관료와 마피아를 합친 말로 관료출신이 영향력 있는 자리를 독식하는 것을 빗댄 말이다.  

앞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최종구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후보직을 고사한 것을 놓고 관피아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회장 역시 관료출신인데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자 현직 금융지주 회장이란 점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현직 금융지주 회장인 만큼 관료출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옅어질 수 있고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의 핵심이 은행인 만큼 은행장 출신은 아니더라도 김 회장의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관료출신인 데다 대표적 친정부 인사로 꼽히는 만큼 은행업계의 의견을 정·관계에 잘 대변할 것이란 기대도 받는다. 

김 회장은 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을 거쳤다.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역임한 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다.

김 회장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런 점 때문에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증권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김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보는 시선이 늘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이 후보 추천을 놓고 실제 회장을 할 의사가 있는 인물들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 회장이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것은 본인이 이를 고사할 뜻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다음주 3차 회장추천위원회를 열고 단독후보를 최종 추천한다.

김태영 회장이 선출될 때에도 모두 3번 논의를 거쳐 회장후보를 확정했다. 당시 2차 회의에서 7명의 후보군을 추리고 3차 회의에서 단수후보로 김태영 회장의 추천을 결정했다.

회장 후보가 확정되면 22개 회원사가 참여하는 총회에서 다음 회장을 선출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힘 있는 인사의 다음 은행연합회장로 오기를 원하는 분위기”라며 “관피아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료출신 인사가 3명이나 이름을 올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은행연합회장직은 은행장 경력이 있는 인사들이 주로 맡아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깜짝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이 은행연합회 회장이 된다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공석이 된다. 정관에 따라 권한대행체제에서 다음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

김 회장이 은행연합회 회장에 선출되지 않는다면 내년 4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만료된다. 김 회장은 2년 임기를 마친 뒤 올해 한 차례 연임한 만큼 자리에서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뒤 지주 회장이 2번 이상 연임한 적은 없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이날 2차 회장추천위원회를 열고 회장후보군 7명을 발표했다.

김광수 회장을 비롯해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 은행장,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대훈 전 NH농협은행 은행장,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이다. 

이 가운데 관료 또는 정계출신 인사는 김광수 회장, 민병두 전 의원, 이정환 사장 등 3명이다. 김병호 부회장, 민병덕 전 은행장, 신상훈 전 사장, 이대훈 전 은행장 등 4인은 민간 은행장출신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