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국내 2위 전선기업이다.

올해 수익성 개선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고 세계적으로 5G 등 네트워크 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확산되는 분위기에 전선업황이 좋은 만큼 매각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대한전선 전력케이블 집중해 완전 부활, 매각 성공할지는 장담 못해

▲ 나형균 대한전선 대표집행임원 사장.


17일 투자은행(IB)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대한전선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인수 후보기업에 투자안내문과 기업설명서를 발송하고 예비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매각대상은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대한전선 지분 75%다. 시장에서는 대한전선 가격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6천억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대한전선은 2019년 연결기준 매출이 1조5547억 원에 이르는 국내 전선업계 2위 기업이다. 

나형균 대한전선 대표집행임원 사장이 2019년 5월 대표에 오른 뒤 비주력계열사와 해외 부실계열사 등을 정리하고 본업인 전력케이블사업에만 집중하면서 실적도 개선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영국 등 해외시장에서 초고압케이블사업 수주가 늘어나면서 2020년 상반기 최근 9년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2019년 한 해 영업이익을 이미 넘어섰다. 

대한전선은 주력인 전력케이블 해외사업 호조에 이어 상대적으로 약했던 통신케이블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2019년 12월 쿠웨이트 정부기관인 쿠웨이트 투자진흥청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맺고 현재 쿠웨이트에 광케이블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광케이블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5G통신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기술 확대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광케이블 생산공장은 쿠웨이트 공장이 처음”이라며 “아직 전력케이블사업과 비교해 광케이블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국내 전선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하고 비대면사회 가속화와 친환경에너지시장 개화로 사업 포트폴리오의 매력이 커졌다.

다만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대한전선 인수에 관심을 보일만한 기업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재 대한전선 인수전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LS전선, 일진전기 등 국내 전선기업과 전선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건설사업을 하는 기업들이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을 인수할 여력이 있지만 독과점 문제가 있고 그룹 차원에서도 이미 기반이 탄탄한 전선사업보다 전기차부품 등 신사업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인수해도 전선사업 덩치를 키우는 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너지를 기대할 부분이 크지 않다.

LS전선 관계자는 “대한전선을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일진전기 등 국내 중견 전선기업은 단숨에 시장에서 입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전선 인수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대한전선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 마련 등 부분에서 부담을 안아야 한다.

일진전기는 2019년 기준 매출 규모가 대한전선의 절반 수준이다. 2020년 6월30일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41억 원가량으로 대한전선을 인수하려면 일진홀딩스 등 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전선사업은 진입장벽도 높아 다른 업계 기업이 선뜻 접근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게다가 대한전선이 보유한 초고압 전력케이블 설계 및 제조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해외기업 등에 매각이 쉽지 않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매각은 사모펀드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아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