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헤쳐모여 방식의 야권 신당 창당을 제안했지만 소수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통합에 이르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모두 만족할 만한 야권재편을 위해 안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통합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안 대표의 의중은 여전히 대통령선거 출마에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안철수 야권 헤쳐모여 제안, 서울시장 출마와 대선 직행 사이 오리무중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시장을 뽑는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힘을 합치는 정계개편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놓인 형편이 크게 달라 두 당 사이 접점찾기가 쉽지 않고 말만 지루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가 6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 참여한 특강에서 신당 창당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야권 전체의 공동 노력 없이는 문재인정권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6일 안 대표가 야권의 재편 과정에서 혁신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혁신을 제안했다”며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과 혁신 플랫폼을 위한 논의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대표의 야권재편 제안이 빠른 시일 안에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국민의힘이 안 대표의 제안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국민의힘 안에 안 대표의 뜻에 동의하는 의원들도 있지만 야권재편을 하더라도 그 중심이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는 게 중론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우리 당이 바깥에서 어느 한 정치인이 무슨 소리를 한다고 거기에 휩쓸리는 정당이 아니다”며 안 대표의 제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성일종 비대위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야권 재편이 필요하다면 안 대표 본인이 과감하게 국민의힘에 들어와 재편하고 키워나가는 모습이 옳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놓인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야권재편과 관련해 접점을 못찾고 평행선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안 대표는 세력이 약한 탓에 야권재편 과정에서 의석 수 3개인 국민의당이 103개 의석 수의 제1야당 국민의힘에 흡수통합돼 정치적 입지도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 큰 고민이다.

4월 치러진 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계 정치인들 다수가 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넘어가며 안 대표의 세력이 더 줄어든 전례도 있다.

당시 국민의당 창당을 준비하던 안 대표는 “안타깝지만 현실적 상황과 판단에 따른 개인적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약한 세력 때문에 그나마 주변에 있던 측근들이 떠난 것은 뼈아픈 경험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조금 앞서 안 대표와 바른미래당에서 함께 활동했던 유승민계의 새로운보수당도 흡수되다시피 미래통합당과 통합을 이뤘다. 세력이 약하면 정계개편 과정에서 밑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으로서도 의석 수 103개를 보유한 제1야당이 소수정당과 대등한 위치에서 야권재편을 논의하자는 데 순순히 응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안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야권재편의 물꼬를 트는 게 양쪽에 모두 적합한 방안일 수 있다.

서울이 1000만 명 가까운 인구가 집중된 데다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상징성 때문에 역대 서울시장은 대체로 대선주자로 거명돼 왔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수 있다면 야권의 강력한 구심점이 돼 세력을 확대하는 데도 힘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도 아직 안 대표만한 경쟁력을 지닌 서울시장 후보를 찾아내지 못한 만큼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게 양쪽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안 대표가 강한 대선 도전 의지를 품고 있기 때문에 결국 서울시장 도전은 건너 뛸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안 대표의 모든 행동이 대선 도전을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내부에서 독자노선의 한계를 성토하는 의견이 많아 안 대표가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차원에서 야권재편 얘기를 꺼냈다고 보기도 한다.

소수정당이 된 국민의당 울타리 안에 머물기 보다는 제1야당과 합쳐 야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당원들의 바람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당 부대변이이었던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안 대표가 세간의 기대와 걱정을 한 몸에 받음에도 스스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며 기회를 차버렸다”며 안 대표를 비판하고 탈당한 것도 그런 국민의당 내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 대표가 야권재편 얘기를 꺼내며 국민의힘에 응수타진을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먼저 야권재편 화두를 던진 뒤 누가 향후 우호세력이 돼 줄 수 있는지, 국민의힘 안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장악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떠 본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야권재편 제안에 선을 긋고 있지만 국민의힘 안에서 안 대표에 호응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안 대표가 주장한 야권재편을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을 향해서는 ”쇄당정치는 야권의 위기를 심화해 민주당의 100년 집권을 허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