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며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도 바뀐 대외환경에 따라 대북정책의 방향성을 일부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바이든시대 미국과 북한 관계 변화 불가피, 문재인 중재역할도 바뀔까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


6일 북한 및 외교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의 대북정책 접근방식은 트럼프시대의 ‘톱다운’ 방식과 달리 실무회담을 통한 구체적 협의가 만들어진 뒤 정상 합의가 이뤄지는 '버텀업'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흥적이고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바이든 후보는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계산적으로 일을 추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정책도 실무진의 검토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충분히 받아들인 뒤 진행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외교라인 실무진의 중요성이 커지면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이 다소 강경해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나 수잔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모두 강경한 대북관을 보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역시 북한문제에 강경한 매파로 꼽힌다.

바이든 후보는 1월 민주당 대선주자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바라는 대로 만나 줘서 정통성을 부여하고 제재도 낮춰 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처럼 아무런 조건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일본, 한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도록 강하게 압력을 넣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우며 종전선언과 비핵화를 이끌어내려고 하지만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강경해지면 이전보다 까다로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셈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에게 시간도 얼마 없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새로운 외교라인을 꾸리고 대북정책의 방향을 잡는 데 6~7개월은 걸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내년 하반기에나 북한과 실무협상을 시작하게 되는 셈인데 이 무렵은 한국이 대통령선거 국면으로 접어드는 시점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대북정책은 트럼프 대통령과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오해나 다른 상상을 할 수도 있다"라며 "한국과 미국 사이에 더욱 긴밀한 정책공조를 통해 대북협상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바이든 후보 측과 서둘러 접촉면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는데 이 때 바이든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을 만나며 새 행정부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해 대북 인도적 지원에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6일 국회 민주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미국 다음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한반도 정책전망’ 토론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북 경제제재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제재 틀 안에서 허용 가능한 인도적 지원의 폭을 넓히고 운용의 유연성을 제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후보가 한국, 중국, 일본 등이 참여하는 다자대화 방식의 대북 대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이 북미관계에 관여할 여지는 더 커졌다는 시선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의 양자대화 방식에 초점을 맞추며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개입을 그다지 원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한국의 중재 역할을 더 중요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연구위원은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거울삼아 미국, 한국, 중국, 북한이 참여하는 4자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조치나 대북제재 완화 등 국제사회의 상응조치를 놓고 포괄적·구체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다자대화 구도에서 중재와 조율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의 일원이었다는 점을 들어 북한과 관련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했던 ‘전략적 인내’ 방식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략적 인내는 경제제재에 집중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을 뜻한다. 이런 오바마 행정부의 소극적 대북정책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을 방치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새 행정부에서 과거의 잘못된 정책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많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천안함·연평도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등 대화의 계기를 만들기 어려웠던 것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당시 집권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지금의 문재인 정부의 대북기조 역시 확연히 다른 만큼 미국의 새 행정부가 한국의 의견을 반영하며 대북정책을 세워나갈 가능성도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미국에서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북핵문제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비판적 평가가 있는 만큼 실패한 정책을 바이든 후보가 반복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바이든 후보가 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