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계열사 재편작업을 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KT 계열사들이 부진한 탓이다.

구 사장은 2021년에 자회사 분사 방안을 포함한 그룹 계열사 구조조정 밑그림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방향이 주목된다.
 
KT 자회사 부진에 실적 발목잡혀, 구현모 계열사 이합집산 판 키운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6일 KT는 2020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KT는 본업인 통신 외에 금융, 방송, 콘텐츠, 부동산사업분야에 자회사들을 두고 있는데 3분기 콘텐츠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영역 자회사들은 모두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KT는 주요 계열사들의 그룹 매출 기여도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올해 3분기 KT 계열사들의 이익 기여도는 2019년 3분기보다 25.2% 줄었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SK텔레콤 등 경쟁사들이 비통신자회사들의 사업 호조로 통신사업 정체를 만회하며 전체 실적에 날개를 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KT 비통신계열사들의 부진은 구 사장에게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구 사장은 올해 KT 대표에 취임하면서부터 계열사 구조조정을 핵심 과제로 꼽아왔기에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은 그룹 계열사 재편에 더욱 속도를 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실적이 전체 그룹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사업과 비용의 효율화를 꾀하고 그룹의 기업가치를 지키기 위한 조치가 시급해졌다.

구 사장은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는 디지털혁신분야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기술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들로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도 KT가 중복되는 조직들을 정리하고 내부에 파편화돼 있는 신사업들을 전문 자회사 등으로 만들어 성장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방향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기업의 역량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구 사장은 앞서 10월28일 열린 KT 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단초들을 보셨겠지만 2021년부터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며 계열사 구조조정 밑그림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KT 대표에 취임하면서 그룹 전체 계열사들을 ‘이합집산’하는 그룹의 구조적 변화를 준비하자는 생각을 했다”며 “KT의 신사업을 어떤 영역, 어떤 틀로 들고 갈 것이냐, KT의 성장사업을 어떻게 돋보이게 할 것이냐를 준비해왔고 내년에는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2020년 6월 기준으로 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사만 44개다. 

다만 구 사장의 그룹 계열사 재편을 덩치를 줄인다는 측면으로만 접근하기는 어렵다. 단편적 예로 구 사장은 올해 3월 취임한 뒤 4월 웹소설사업을 하는 자회사 ‘스토리위즈’를 세웠다. 계열사 수는 오히려 하나 늘었다.

하지만 KT는 스토리위즈를 통해 성장하는 콘텐츠사업에서 원천 지식재산(IP)을 확보해 자체 콘텐츠 제작 등에서도 더욱 시너지를 내고 사업을 수직계열화할 수 있다.

최근의 실적만으로 본다면 그룹 실적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부동산사업과 금융사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의 직접적 타격을 받는 호텔사업, 임대사업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KT에스테이트는 3분기 매출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9.4% 급감했다. KT에스테이트 실적은 올해 1분기(-8.4%), 2분기(-7.9%)와 비교해도 더 악화됐다.

하지만 구 사장이 호텔 등 부동산사업을 축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부동산사업의 실적 부진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른 것이고 호텔과 아파트 등 분야는 KT의 인공지능(AI) 서비스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서비스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크다.

구 사장은 10월28일 열린 KT 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인공지능기술로 돈을 버는 대표적 사업모델로 ‘인공지능 아파트’, ‘인공지능 호텔’ 등을 들었다.

BC카드 등 금융 자회사도 올해 성적은 좋지 않지만 그룹사에 편입한 케이뱅크와 함께 디지털금융부분과 금융데이터사업 등을 통해 구 사장의 ‘디지털혁신’사업에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KT는 사업규모가 이동통신3사 가운데 가장 큰 만큼 회사 전체를 움직일 만한 성장동인이 부족하다”며 “공격적 사업구조 전환에 시장의 관심이 주목될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