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11월 기업 동향과 전망-자동차 조선 중공업 철강

▲ 문재인 대통령이 10월3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으로부터 친환경 미래차 관련 설명을 들은 이후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품질관리 프로세스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고객과 품질을 제1과제로 꼽았는데 3분기 대규모 품질비용 인식과 함께 조직 정비까지 실행에 옮기면서 품질문제와 관련한 조직 내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자동차기업들이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2020년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해 지난해에 이어 파업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협상도 11월 노조 집행부 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한국GM은 노조가 부분파업을 이어가면서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조선회사 CEO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몰린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로 올해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미포조선을 LNG벙커링선, LPG운반선, 카페리선 등으로 선박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 내 최고의 현장 전문가로서 능력을 발휘하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동차>

◆ 현대차그룹
 

문재인 대통령이 10월30일 현대차 울산 공장을 찾이 정부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에 2025년까지 20조 원 이상을 지원할 계획을 밝히면서 정의선 회장의 미래차사업이 힘을 받게 됐다.

정 회장은 취임 뒤 첫 외부일정으로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미래차사업을 선도하고 있는데 정 회장의 발걸음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정 회장이 지분을 들고 있는 상장계열사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와 합병하거나 지분 매각 등의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토에버 역시 향후 지분매각을 통해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자동차 

현대차 연구개발본부가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채용규모가 세 자릿수로 정의선 회장 취임 뒤 처음으로 대규모 인력의 채용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수시채용으로 채용방식을 바꾼 뒤 신입사원을 대규모로 뽑은 적이 없는데 이번에 연구개발본부만 특정해서 대규모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미래차시대를 대비해 인재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기아자동차

2020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아차가 파업으로 가게 되면 연내 임단협 타결이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도 파업으로 해를 넘겨서야 협상을 타결했다.

기아차 노조와 협상 창구인 최준영 최준영 기아차 대표이사로서는 임단협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를 설득할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어 보인다. 최 대표는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 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결정하면 연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차는 임단협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노삼성차 노조는 11월 집행부 선거 이후 다음 교섭을 이어가기로 했는데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으로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한 상황이라서 언제든지 파업을 단행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 사측은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조절 차원에서 11월 부산 공장의 야근을 없애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노조는 부산 공장 가동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사측은 판매 부진으로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12월 공장가동도 11월 판매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말해 추가적인 공장가동 중단을 예고했다. 

◆ 한국GM

한국GM의 임단협 협상도 장기화가 예상된다. 한국GM 노조가 10월30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인천 부평 공장 신차 배정과 임금 문제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GM 노조가 부평 2공장에 추가 생산물량을 배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사측이 말리부 생산 연장안을 내놓았지만 노조는 기대에 미흡하다고 본다. 

한국GM은 7월 이후 해외판매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인데 노사갈등이 장기화하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 쌍용자동차

11월 쌍용차의 플래그십 SUV로 꼽히는 신형 렉스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더 뉴 렉스턴’은 가격이 비싼 대형차량인 만큼 쌍용차의 수익성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국내 대형SUV시장 크게 성장한 상황에서 더 뉴 렉스턴으로 과거 렉스턴이 차지했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다. 

직전 렉스턴 모델인 G4렉스턴의 판매 반등을 이끌었던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홍보모델로 앞세워 신곡 발표회와 함께 신차를 출시하는 이색행사도 열었다.

시장에서도 더 뉴 렉스턴에 대한 반응이 호의적이다. 디자인과 성능 등 상품성은 물론 대형SUV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책정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 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적 검토나 기술보호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고 차익 실현의 도구로만 삼는 재무적 투자자들에 두산인프라코어를 넘기지 않겠다는 뜻을 임직원들에게 보였다고 한다.  

권 회장의 인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자금력이 센 GS건설에 맞서 자금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우선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프리IPO를 추진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황이 개선되면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미포조선 

일본 1위 조선사 이마바리조선과 2위 조선그룹 JMU의 합작 조선사 ‘니혼조선소’가 11월 공식 출범하면서 현대미포조선이 득실 계산에 바쁘게 됐다.

모든 크기의 선박을 건조하는 이마바리와 중소형 선박을 건조하는 JMU는 모두 중형선박 건조시장에서 현대미포조선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신현대 사장체제에서 MR탱커(화물적재톤수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과 피더 컨테이너선(3000TEU 이하의 소형 컨테이너선) 중심의 선박 포트폴리오를 LPG운반선과 LNG벙커링선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니혼조선소가 연구개발을 집중하기로 한 분야도 이 선박들이다.

다만 현대미포조선에게 이마바리와 JMU의 통합이 위협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나온다. 글로벌 조선업계에서는 니혼조선소 출범 이후 이마바리와 JMU가 자체적으로 생산능력을 축소할 것으로 바라본다. 이마바리가 119년 만에 적자를 내는 등 이미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 대우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놓고 유럽에서 진행되는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조건부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조건부 승인은 생산능력 축소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는 곧 구조조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특히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긴장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대우조선해양이 대형 선박 생산능력을 줄이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의 육상 1도크와 2도크를 매각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1도크와 2도크는 LNG운반선을 주력으로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의 로얄 도크인데 매각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수주에 비상이 걸렸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올해 수주목표로 세운 84억 달러의 겨우 12%만을 채웠다.

프랑스 토탈의 모잠비크 1구역 프로젝트에서 수주할 LNG운반선 8척과 러시아 노바텍의 쇄빙LNG운반선 10척, 네덜란드 쉘의 봉가 프로젝트에서 수주할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를 수주한다면 수주 목표에 근접할 수 있기는 하지만 올해 안에 발주된다는 확신을 못하고 있다.

다행히 쇄빙LNG운반선은 대우조선해양이 먼저 6척을 수주하면서 발주 시그널이 보여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풍력터빈설치선 발주 움직임이 있다는 것도 삼성중공업에게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   

◆ 두산그룹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GS건설의 참전으로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 DICC의 소송과 관련해 최대 1조 원의 채무 리스크가 잘 해결된다면 두산인프라코어를 끝으로 두산그룹 계열사의 매각은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두산이 IMM프라이빗에쿼티등 재무적투자자(FI)와 벌이는 중국법인 DICC의 지분을 놓고 진행 중인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이 12월 두산그룹에 패소 판결을 내린다면 1조 원 가량 손실이 발생해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어 새 매물을 내놔야 할 수 있다.

이 재판은 2015년 1심에서는 두산이, 2018년 2심에서는 원고인 FI가 이겼다.

시장에 나올 매물로는 두산중공업의 화공플랜트 자회사 두산메카텍이 거론된다. 지주사격 두산과 오너일가가 두산중공업에 증여한 두산퓨얼셀 지분도 매물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철강> 

◆ 포스코


포스코가 3분기 개별기준으로 영업이익 2619억 원을 내며 1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월드스틸다이내믹스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뽑히는 등 자존심도 회복했다. 

하지만 물류 자회사 설립을 놓고 해운업계와 갈등을 해소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스코는 물류업무를 통합하는 것은 해운업 진출과는 무관하다고 거듭 주장하지만 한국선주협회는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계획을 완전히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현대제철

현대제철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탈탄소화를 향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온실가스 저감과 환경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5년 동안 4900억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당진시와 ‘지역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환경 개선 및 온실가스 저감업무 협약’도 맺었다. 

현대제철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환경 개선작업에 지금까지 5100억 원을 투자했는데 앞으로 추가 투자액을 더하면 10년 동안 1조 원을 투자하는 셈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나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