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이 8개월 만에 일반관중을 대상으로 문을 연다. 

한국마사회에게 경마 재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마냥 반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 8개월 만의 경마 재개, 다행스럽지만 마냥 반길 수는 없다

▲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중을 모두 받지 못한 채 경마가 장기간 이어지면 적자가 더 심화할 뿐만 아니라 최근 탄력을 받고 있는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 논의가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마사회에 따르면 전국 3개 경마장과 장외발매소에서 30일부터 경마가 재개된다. 부분적으로 관중의 입장을 허용해 전국 경마공원에는 기존 입장 관중의 20%, 장외발매소에는 10%의 관중만 입장할 수 있다. 

이는 마사회가 2월23일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경마를 중단한 뒤 8개월 만에 일반관중을 대상으로 한 경기가 재개되는 것이다. 

마사회는 7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자 좌석 정원의 10% 이내에서만 관중을 받아 경마를 재개하려 했지만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계획을 취소하고 긴 휴장에 들어간 바 있다. 

조만간 관중을 모두 받아 정상적으로 경마를 진행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마사회로서는 8개월 만의 경마 재개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마사회로서는 마냥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관중 입장이 제한돼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한 주마다 3곳의 경마공원과 장외발매소에 25만 명가량의 관중이 입장해 마사회는 매출 1500억 원 이상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에 부분 관중으로 진행되는 경마에 입장하는 관중은 한 주마다 3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입장 관객 수의 12%에 불과하다. 

매출도 이와 비례하게 감소해 한 주마다 거둬들이는 매출은 170억 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마사회는 보고 있다.

관객 수가 줄어 매출은 기존보다 크게 감소하지만 경마 상금과 인건비 등은 정상 경마 때처럼 나가기 때문에 부분 관중 경마가 진행될수록 마사회의 영업손실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사회는 6월19일부터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며 한 주마다 상금 60억 원에 인건비 10억 원 등 약 70억 원의 비용을 들였다. 

매출 가운데 고객들에게 환급되는 73%와 세금으로 나가는 16%를 제외하고 마사회가 경마 운영비와 이익잉여금 등으로 이용하는 돈은 4% 남짓이다.

마사회가 부분 관중으로 거둬들이는 매출 170억 원 가운데 6억8천만 원 가량만 남는 셈인데 매주 들어가는 운영비와 상금의 10%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가 부분적으로나마 재개되면서 말농가들의 어려움이 해소되고 조만간 있을 경주마 경매도 흥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부분 관중 경마가 진행될수록 마사회의 경영난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사회가 간절히 바라고 있는 온라인 마권 발매 논의도 힘을 잃을 수 있다.

마사회는 코로나19로 경마가 중단돼 국내 말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어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을 기대하고 있다.

경마가 재개되면 상금이 다시 지급되기 때문에 국내 말산업 농가와 기수 등 관련 종사자들의 숨통이 다시 트이게 되기 때문에 마사회의 목소리가 힘을 잃을 수 있다. 

국회에는 현재 마사회법 개정안 3건이 발의돼 논의를 앞두고 있다. 3건의 법안은 모두 마사회의 온라인 마권 발매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3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마사회의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로 마사회의 경영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며 말산업의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마권매출액 상위 10개 나라 가운데 온라인 마권 발매를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두고 농림축산식품부가 결단을 내려야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나라들은 온라인으로 마권을 발매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20%의 관중만 입장하면 마사회의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말산업이 죽어가고 있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온라인 마권 발매를 두고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장관은 “여전히 경마와 관련한 대중들의 부정적 인식이 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마사회 혁신위원회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보고 중앙방역대책본부 등과 논의해 결정할 부분이기 때문에 관중이 모두 입장하는 온전한 경마 재개시점은 알 수 없다”며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과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