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균주소송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판결 이후를 대비해 유동성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전 대표는 승소를 자신하고 있지만 패소한다면 미국 파트너사로부터 거액의 소송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28일 보툴리눔톡신업계에 따르면 전 대표가 21일 금융기관으로부터 900억 원을 대출한 것을 놓고 11월19일 메디톡스와 균주소송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최종판결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웅제약은 “900억 원 대출은 3년 만기 회사채를 차환하기 위한 것으로 연간 6억 원 가량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올해는 금융기관에서 유리한 금리조건을 제시해 회사채 발행 대신에 금융기관 대출로 선회한 것일 뿐 보툴리눔톡신 소송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자기자본 6600억 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보툴리눔톡신업계는 대웅제약이 11월 결론나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판결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는 움직임으로 바라본다.

대웅제약이 패소하면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거액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에볼루스의 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로부터 나보타(미국명 주보)가 미국 수입금지 권고조치를 받으며 에볼루스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봤는데 이는 에볼루스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균주 도용을 알고도 묵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를 들어 에볼루스 주주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은 28일 현재까지 15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에볼루스의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의 기술수출 계약에 대웅제약의 고의적 위법행위나 중대한 과실 또는 태만 행위가 있다면 에볼루스와 임직원, 대리인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판결에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균주 및 영업비밀 도용 사실이 인정되면 고의적 위법행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 대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판결 이후 에볼루스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될 경우에 대비해 유동성 자금 확보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에볼루스의 소송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는 최종판결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2013년 9월 미국 보툴리눔톡신기업 에볼루스에 미국, 유럽, 호주, 캐나다,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글로벌 판권에 관해 최대 2억9천만 달러 규모에 나보타를 기술수출했다.

대웅제약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예비판결이 내려진 7월7일에는 최종결정에서 승소를 자신한다며 미국 파트너 에볼루스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480억 원 규모의 에볼루스 사모전환사채를 취득했다.

당시 대웅제약의 에볼루스 사모전환사채 취득을 놓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예비결정으로 미국 내 나보타 판매 감소를 우려하는 에볼루스를 지원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또 대웅제약이 7월22일 단기로 차입한 500억 원을 두고 에볼루스 사모전환사채를 취득하는데 소요된 자금을 충당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대웅제약은 이를 놓고 코로나19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과 관련한 신약 연구개발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차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8월 국내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예비판결을 맡았던 데이비드 쇼 행정판사의 결정이 최종판결에서 뒤집힌 확률이 40% 가량에 이른다”며 “쇼 판사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권한을 남용해 관할권이 없는 판결을 내린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11월 최종판결에서는 예비판결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예비판결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며 국제무역위원회에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져 최종판결일이 2주가량 연기돼 11월19일에 내려지는데 일각에서는 그동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예비판결이 번복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최종판결에서 결과가 뒤집히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톡신과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소송 등 국내외에서 300억 원이 넘는 소송비용을 부담하며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35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