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일 현대해상 각자대표이사 사장이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장기인보험 계약을 늘리는 데 힘을 싣고 있다.

현대해상은 장기인보험 신계약을 대폭 늘리면서 DB손해보험을 제치고 장기인보험시장 2위인 메리츠화재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현대해상 장기인보험에서 대약진, 조용일 법인보험대리점 활용 적극

▲ 조용일 현대해상 각자대표이사 사장.


2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이 3분기 장기인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에서 1년 전과 비교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주요 손해보험사의 3분기 장기인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가 줄어든 것과 대비됐다. 

초회보험료는 신규 계약자가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현대해상은 3분기 장기인보험시장에서 초회보험료 321억5900만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보다 20.2% 증가한 수치다.

장기인보험 업계 1위와 2위인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규모면에서는 현대해상을 앞섰지만 지난해보다 수익이 줄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17.1%, 24% 감소한 480억1300만 원, 353억3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현대해상은 장기인보험시장 3위였던 DB손해보험도 제쳤다.

DB손해보험은 3분기에 초회보험료 295억7900만 원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쳐 현대해상과 순위가 뒤바뀌었다.

장기인보험은 보험 계약기간 1년 이상 장기간 보장하는 보험 가운데 사람의 건강과 관련된 상품이다. 암보험, 건강보험, 어린이보험, 치아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장기인보험은 자동차보험보다 손해율이 낮아 수익성이 좋다. 최근 자동차보험 등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장기인보험이 손해보험사들의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해상이 장기인보험시장에서 DB손해보험을 제치고 메리츠화재 뒤를 바짝 추격할 수 있게 된 데는 조용일 사장의 영업전략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법인보험대리점 채널 비중을 앞다퉈 늘릴 때 현대해상은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장기인보험부문에서 실적이 좋지 않았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지난해에 평소보다 실적이 좋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며 “5대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긴 했지만 수익이 늘었다기보다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 듯하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올해 3월 대표에 올랐다.

대표에 오르기 전인 지난해 12월 총괄사장을 맡으며 업무 전반을 담당했는데 이때 법인보험대리점 관리조직인 에이전시매니저(AM) 영업본부를 최상위 조직단위인 부문으로 격상했다.

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 교육과 계약설계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GA매니저’ 인력을 보강해 영업 효율성도 높였다.

이에 영업지원을 강화하며 법인보험대리점 채널 공략에 공을 들인 성과가 하반기 들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법인보험대리점 채널을 통한 신계약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올해 하반기 사업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9년까지는 장기인보험 매출에서 전속설계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법인보험대리점보다 높았지만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순서가 뒤집혔다. 2020년 상반기 현대해상 장기인보험 신계약에서 법인보험대리점의 비중은 48%, 전속설계사 비중은 45%로 파악됐다.

현대해상이 메리츠화재와 격차를 줄일 수 있었던 데는 메리츠화재가 영업활동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점도 작용했다는 시선도 있다. 

메리츠화재는 수년 동안 법인보험대리점 의존도를 높여왔는데 올해 들어 전속설계사를 늘리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와 장기인보험 1위 다툼을 할 정도로 외형을 키운 만큼 메리츠화재는 올해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 것으로 파악된다. 

메리츠화재의 전속설계사는 1분기 2만6286명, 2분기 2만7610명으로 집계됐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전속설계사는 1분기 2만803명에서 2분기 2만269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전속설계사는 법인보험대리점보다 사업비가 적게 들어 효율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31.1%에 이르던 메리츠화재의 사업비율은 6월 말 기준 28%로 감소했다. 사업비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인건비, 마케팅 비용, 모집 수수료 등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