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국내 초고층빌딩사업 수주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초고층빌딩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해외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국내 초고층빌딩시장 성장,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국내사업 확대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국내 초고층빌딩 수주 적극적, '랜드마크 넘어 사업성 있다'

▲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21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물산이 국내 초고층빌딩사업을 더 수주하기 위해 영업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여의도 KB국민은행 통합사옥, 사학연금 서울회관 등 초고층빌딩사업을 잇달아 수주했는데 장기적 관점에서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사업도 여러 개가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국내 초고층빌딩사업 수주에 관심이 크다”며 “아직 토지 매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엔씨소프트의 판교 신사옥 시공권도 미리 확보해두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초고층빌딩 분야에서 국내사업보다 해외사업에 무게를 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공 이력만 살펴봐도 해외에서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828m),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의 KL118타워(644m) 등 세계 주요 초고층빌딩 시공에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264m), 강남역 삼성서초타워(203m) 등이 삼성물산이 지은 가장 높은 건물이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이 국내에서 높이 300m 이상의 초고층빌딩을 잇달아 세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물산이 국내 초고층빌딩사업에 큰 관심을 둔 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삼성물산이 최근 국내 초고층빌딩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로는 국내 초고층빌딩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초고층빌딩은 2천 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대기업의 ‘랜드마크’ 정도로만 여겨졌는데 이제는 사업성이 있는 영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도심지 사무실 빌딩은 물론 아파트도 고층화가 이뤄지면서 150m 이상이거나 50층 이상으로 이뤄진 초고층빌딩은 서울, 부산, 인천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축물현황 통계에 따르면 50층 이상인 초고층빌딩은 2014년 87동에서 2019년 113동으로 늘었다. 

5년 동안 초고층빌딩이 30% 가까이 늘어난 셈인데 초고층빌딩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삼성물산도 주목해야 할 정도로 국내 초고층빌딩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초고층빌딩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삼성물산이 국내사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코로나19로 해외현장에서 공기연장에 따른 추가원가 부담을 안게 됐다. 

초고층빌딩사업도 예외가 아닌데 KL118타워는 조만간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애초 계획과 비교하면 코로나19로 준공 시점이 1년가량 미뤄졌다. 

삼성물산은 2015년 KL118타워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준공 목표로 2019년 12월로 제시했다. 

코로나19로 해외건설사업 발주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삼성물산이 국내 초고층빌딩 분야로 눈을 돌릴 이유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국내만큼 코로나19 방역관리가 잘 되는 건설현장이 없다”며 “국내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이 올해 좋은 실적을 거두는 것도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물산은 사업성을 검토해 국내 초고층빌딩 수주를 확대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학연금 서울회관 수주 등으로 국내에서 초고층빌딩 시공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향후에도 사업성 검토를 거쳐 초고층빌딩사업을 수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