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사업 수주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중견건설사가 대형건설사와 맞붙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우수한 사업조건과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일쑤인데 중견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정비 수주경쟁 치열, 대형건설사와 맞붙는 중견건설사 고민 깊어

▲ 4월 삼성물산이 호반건설과 대림산업을 제치고 수주한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단지 '래미안원펜타스'. <삼성물산>


1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대개는 규모가 비슷한 건설사끼리 경쟁을 펼쳤는데 올해는 여러 도시정비사업을 놓고 중견건설사가 대형건설사와 잇달아 맞붙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10월 말 시공사를 선정하는 대구광역시 동구 효목1동6구역 재건축사업에 올해 시공능력평가 18위 계룡건설산업, 19위 코오롱글로벌이 8위 롯데건설과 수주전을 벌인다.

또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3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올해 시공능력평가 21위 동부건설이 4위 GS건설과 6위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대결하고 대전광역시 동구 가양동5구역 재건축사업에서는 48위 계룡건설산업이 GS건설과 맞붙었다.

중견건설사들이 대형건설사와 맞붙는 일이 늘어나는 주요한 이유로는 서울과 수도권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줄어들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지방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점이 꼽힌다.

도시정비사업 일거리가 줄면서 기존에 눈을 돌리지 않았던 지방 중소형 도시정비사업장에 발을 들이는 것이다.

9월 말 기준으로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금액은 12조 원가량으로 연말까지 15조 원 규모의 신규수주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금액은 2017년 28조5천억 원, 2018년 23조3천억 원, 2019년 17조3천억 원으로 매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중견건설사들이 성장을 위해 서울 도시정비사업에 뛰어들며 대형건설사와 맞붙기도 한다.

시공능력평가 12위 호반건설이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1위 삼성물산과 3위 대림산업과 경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형건설사들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되는 서울시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의 현장설명회에는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쌍용건설, 한양 등 중견건설사들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건설업계에선 중견건설사들이 대형건설사에 도전하는 자체로 중견사의 이름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중견건설사들은 대형건설사와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컨소시엄 구성 등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건설은 경남 진주시 이현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현장설명회에 함께 참여했던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맺고 수주를 따냈다.

또 효성중공업은 대구광역시 동구 효목1동7구역 재건축사업에서 현장설명회에 다녀간 현대건설,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맺고 입찰에 참여한다.

이외에도 스마트건설 강화, 주택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거나 대형건설사가 참여하지 않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에 참여하는 방법 등이 중견건설사의 돌파구로 꼽힌다.

그러나 중견건설사가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대형건설사와 맞서 성과로 거둔 사례가 거의 없어 중견건설사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대형건설사가 브랜드 이미지와 좋은 사업조건 제시능력을 통해 도시정비 조합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가양동5구역 재건축사업에선 GS건설이 금성백조주택을 제쳤고, 서울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은 삼성물산이 수주하며 대형건설사의 승리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건설사는 대형건설사와 맞붙었다는 점만으로도 이후 기업 홍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수주전에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통해 대형건설사의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