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중국 반도체산업에 관한 미국의 강경책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중국 견제에 메모리 격차 더 벌릴 기회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11일 미국언론의 분석을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반도체 등 중국 첨단산업 분야에 관한 기술 억제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CNBC는 타이무르 바이그 DBS그룹리서치 수석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후보가 당선돼도 기술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긴장은 계속 이어진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미국은 중국과 관계에서 강경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CXMT와 YMTC 등 중국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잡는 일이 사실상 벽에 부딪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D램 전문인 CXMT는 현재 19나노급 공정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말까지 17나노급 D램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YMTC는 4월 128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을 발표하며 올해 말 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기술 차이가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보다 2년여 앞서 10나노급 D램과 128단 낸드플래시 양산체제를 갖춘 뒤 더 발전된 반도체들을 개발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압도적이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분기 기준 D램시장 43.5%와 30.1%를 차지했다.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삼성전자 31.4%, SK하이닉스 11.7%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중국 반도체기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위협이 되는 이유는 중국 정부 차원의 막대한 지원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급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 제조2025’ 전략을 세워 중국 반도체기업에 금전적, 정책적 지원을 제공해 왔다. 중국 제조2025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슷하게 중국 정부의 지원이 주어졌던 LCD(액정 디스플레이)패널 분야는 이미 주도권이 중국 기업 쪽으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쪽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제동을 걸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YMTC와 CXMT를 상대로 미국 반도체장비 및 기술을 입수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기업이 미국 기술을 활용해 중국군을 지원함으로써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국 반도체기업이 아무리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다 해도 미국 장비나 기술 없이 반도체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금융기관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 등 미국 기업의 장비는 세계 반도체업체 40%가 사용하고 케이던스, 시놉시스 등 미국 소프트웨어 사용률은 85%에 이른다. 

이에 앞서 트럼프 정부가 다른 중국 기업들을 제재했던 점을 고려하면 YMTC와 CXMT에 관한 제재도 곧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중국 D램업체 푸젠진화반도체가 미국 수출입 금지명단에 올라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최근에는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기업 화웨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SMIC도 비슷한 제재를 받았다.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이겨 다음 미국 대통령에 올라도 YMTC와 CXMT의 운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중국 견제에 메모리 격차 더 벌릴 기회

▲ YMTC가 개발한 128단 3D 낸드플래시 'X2-6070'. < YMTC 홈페이지 >


바이든 후보는 동맹국과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보다 온건한 성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과의 갈등으로 안보에 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중국 반도체업계를 향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포브스는 “미국인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헌법적 책임”이라며 “YMTC, CXMT 등을 수출입 금지명단에 추가해 중요한 미국 기술이 미국인을 향한 무기로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틴 레서 신미국안보센터 수석연구원은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를 통해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조와 전술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도전에 관해 강한 초당파적 합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미국 제재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YMTC가 5월 이후 중국 내부의 반도체장비와 소재 비중을 키워가고 있다”며 “장비 70%를 중국 기업들로부터 공급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현재 YMTC의 중국 장비 비중은 30% 수준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반도체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문사 번스타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일본, 대만 기업들은 지난 30년 동안 미국 장비에 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중국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기술 제재가 현실화하면 올해부터 양산을 시작한 중국 메모리반도체업체의 향후 행보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