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상장계열사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가 코로나19에도 안정적 실적을 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경이 본격화하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 계열사인 만큼 실적과 성장성 등을 바탕으로 한 기업가치가 더욱 중요하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코로나19에도 순항, 정의선 자금줄 든든

▲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왼쪽)과 오일석 현대오토에버 대표.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와 현대글로비스는 상반기 현대차그룹 12개 상장계열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오토에버는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379억 원을 냈다. 2019년 상반기보다 10% 증가한 것으로 현대차그룹 상장계열사 가운데 상반기 흑자전환한 현대로템을 빼면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늘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3256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16% 줄었지만 현대차그룹 상장계열사 가운데 가장 적은 하락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은 적자로 돌아섰고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영업이익이 각각 30%, 48%, 53% 감소했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글로비스는 미래 성장성도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에서 IT서비스사업을 하는 계열사로 정부의 데이터뉴딜정책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사업에 따라 스마트모빌리티사업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의 안정적 물량을 기반으로 디지털 신사업 매출이 가시화하며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폴크스바겐 물량 등 자동차물류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음료와 태국 편의점 물류시장에 새로 진출하며 현대차그룹 외 일감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회복에 힘입어 주력사업인 현대차와 기아차 물류 매출도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대글로비스를 보면 2009년과 2010년이 떠오른다”며 “현대글로비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급격히 회복되던 시기와 유사한 사업환경 속에서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글로비스는 정 수석부회장이 적잖은 지분을 들고 있어 경영권 승계 측면에서도 기업가치가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경이 본격화하면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순환출자고리로 묶여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계열사를 제외하고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승계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재 현대오토에버 지분 9.57%(201만 주)를 들고 있는데 상장 당시 설정한 6개월의 보호예수기간이 지난해 9월 끝나 언제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오토에버 지분가치는 8일 종가 6만8500원 기준 1377억 원에 이른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3월 상장할 때 보유하고 있던 현대오토에버 지분 절반을 매각해 이미 1천억 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상장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정 수석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그만큼 중요도가 높은 회사로 꼽힌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873만2290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8일 종가 15만2500원을 적용한 지분가치는 1조3317억 원에 이른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코로나19에도 순항, 정의선 자금줄 든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시장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다시 한 번 현대모비스 분할법인과 합병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변경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 이때는 기업가치가 더욱 중요해진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법인을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했으나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했다는 비판에 밀려 결국 합병안을 철회했다.

비상장사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도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로 꼽힌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건설에 이은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주주로 지분 11.72%(89만327주)를 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장외에서 1주당 70만 원 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한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가치는 7천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한다면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가치도 그만큼 올라갈 수 있어 시장에서는 자체적 상장 혹은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상장할 가능성이 꾸준히 나왔는데 최근에는 현대로템과 합병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현대로템은 플랜트사업을 하고 있어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한다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현대로템은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코로나19에도 상반기 흑자로 돌아섰고 수소사업을 통해 성장동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