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국내 조선사들이 3분기 환율 하락에 따른 실적 부담을 진 것으로 추정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급감한 조선사 수주도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조선사, 코로나19와 저유가로 수주회복 낙관 어려워

▲ (왼쪽부터)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7일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의 2020년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산했다.

조선사들은 원화가 아닌 달러화로 수주계약을 맺기 때문에 환율 변동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3분기 원달러 환율은 직전 분기보다 2.6% 낮아졌다.

국내 조선사들 가운데 삼성중공업만이 환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하는 파생상품의 활용)를 100%에 가깝게 유지하는 보수적 재무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이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모든 조선사가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고 봤다.

2018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수주잔고 감소세도 조선사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조선사들은 선박 수주가 매출로 인식되는 기간이 2년 안팎이다.

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영업이익 180억 원을, 대우조선해양은 360억 원을, 현대미포조선은 90억 원을 각각 낸 것으로 추산됐다.

시장은 한국조선해양이 3분기 영업이익 607억 원을, 대우조선해양이 500억 원을, 현대미포조선이 162억 원을 거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삼성중공업은 3분기 영업손실 160억 원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시장 기대치인 영업손실 622억 원보다 적자 규모가 작다.

이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3분기 재고 드릴십(심해용 원유시추선)의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이 없었을 것”이라며 “인력의 작업 숙련도 증가와 주력 선박의 반복건조를 통해 이익률 개선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조선사들의 수주는 아직 회복을 바라볼 단계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2020년 선박 발주량 전망치를 210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23.1%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선박 발주량이 역대 최저치였던 2016년의 1379만 CGT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함께 내놓고 있다.

이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선박 발주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며 “선박 건조가격도 오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코로나19와 저유가는 해양플랜트 발주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이 잇따라 자본지출(CAPEX) 집행계획을 축소하며 해양플랜트도 잇따라 발주계획이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올해 나이지리아의 봉가사우스웨스트(Bonga Southwest) 프로젝트에 쓰이는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정도만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설비는 삼성중공업이 수주를 노리고 있다.

이 연구원은 해양자원개발 프로젝트들의 취소 및 지연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보유한 재고 드릴십의 매각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재고 드릴십 1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발주처의 파산으로 드릴십 2기를 추가로 떠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재고 드릴십을 5기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