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불공정수입조사국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특허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제재가 필요하다는 LG화학의 요청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27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국제무역위원회(ITC) 불공정수입조사국은 최근 재판부에 LG화학의 요청을 지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 국제무역위 조사국, 배터리 특허소송에서 LG화학 편들어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의견서에 따르면 불공정수입조사국은 LG화학이 제시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정황과 고의성 등을 두루 인정하면서 제재가 적절하다고 봤다.

불공정수입조사국은 국제무역위원회 산하 조직이지만 공공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적 기관으로써 소송 안건과 관련한 의견을 내놓는다. 

국제무역위원회 재판부가 최종 판결을 내릴 때 원고와 피고의 입장에 더해 불공정수입조사국의 의견까지 종합적으로 참고하는 만큼 이번 불공정수입조사국의 의견이 소송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불공정수입조사국은 LG화학이 주장하는 ‘발명자 부적격·특허 무효 주장’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이 문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는 데도 이 점에 소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불공정수입조사국은 “SK이노베이션은 국제무역위원회 판사가 제출하라고 명령한 문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는데 이후 디지털 복원조사(포렌식)에서 해당 문서가 발견됐다”며 “이는 증거개시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불공정수입조사국은 “SK이노베이션이 회사 차원에서 LG화학 정보가 담긴 문서를 삭제했을 것이라는 본질적 의문이 들게 한다”며 “SK이노베이션은 문서제출 명령에 더 성실하게 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이 디지털 복원조사 과정에서 얻은 SK이노베이션의 내부 정보를 무단으로 반출했다는 SK이노베이션 주장을 두고서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LG화학을 대상으로 디지털 복원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불공정수입조사국의 의견서가 공개된 뒤 이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공방이 이어졌다.

LG화학은 입장문을 내고 “불공정수입조사국의 판단을 환영한다”며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 결정 때까지 소송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994특허는 자체개발 기술이고 증거인멸도 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서 “LG화학의 제재 요청에 대해 11일 반박의견을 제출했는데 불공정수입조사국도 같은 날 의견서를 냈다”며 “이에 따라 불공정수입조사국이 반박의견은 살펴보지 못하고 LG화학의 주장만 토대로 의견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삭제됐다고 주장하는 문서들은 정상 보존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특허침해소송과 무관하다”며 “불공정수입조사국이 우리 회사의 반박 의견서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의견서의 방향은 당연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은 8월28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행위를 제재해 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9월 소송을 제기한 앞뒤로 범행의도를 지니고 핵심 증거들을 인멸하는 행위를 지속해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