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퀄컴의 6나노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수주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의 AP를 여러 종류 수주했다. 삼성전자가 AP분야에서 존재감이 큰 퀄컴과 협력을 확대하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기업인 대만 TSMC와 차이를 좁힐 기회를 잡게 된다.
 
삼성전자 퀄컴 첫 6나노 AP 수주할까, 위탁생산 TSMC와 좁힐 기회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25일 IT매체 폰아레나는 퀄컴이 차세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5나노급 스냅드래곤875와 함께 6나노급 스냅드래곤775를 개발해 2021년 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퀄컴 AP 스냅드래곤7 시리즈는 중상위급 제품으로 구성돼 최상위 성능을 갖춘 스냅드래곤8 시리즈와 함께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스냅드래곤775는 퀄컴의 첫 6나노급 반도체로 파악된다. 나노(nm)는 반도체 회로 폭을 뜻한다. 반도체는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더 높은 성능을 낸다. 

폰아레나는 스냅드래곤775가 이전 제품인 7나노급 스냅드래곤765와 비교해 중앙처리장치(CPU)는 40%, 그래픽처리장치(GPU)는 50% 수준의 성능 향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퀄컴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외부 파운드리기업과 협업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여러 파운드리기업이 운영되고 있지만 퀄컴이 스냅드래곤775를 맡길만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단 2곳으로 제한된다. 현재 파운드리업계에서 이들만이 6나노급 공정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하반기부터 6나노급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 

TSMC도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6나노급 반도체 양산체계를 갖췄다. 7나노급 공정 생산시설의 6나노급 전환도 일부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TSMC는 이미 애플, AMD, 퀄컴 등의 7나노급 반도체 일감이 많은 데다 6나노급 반도체도 여러 곳에서 받고 있어 퀄컴의 새 AP 주문까지 소화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최근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 인텔로부터 6나노급 그래픽스 처리장치(GPU)를 수주했다. 대만 반도체기업 미디어텍도 TSMC에서 6나노급 반도체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TSMC를 제치고 다른 퀄컴 제품들과 함께 스냅드래곤775까지 수주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퀄컴 5나노급 AP 스냅드래곤875를 전량 수주했고 여기에 더해 보급형 AP 스냅드래곤4 시리즈의 최신 제품 생산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스냅드래곤875 수주규모만 1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퀄컴은 최신 AP 위탁생산을 이원화했다. 2019년 말 공개된 7나노급 AP 스냅드래곤865와 스냅드래곤765는 각각 TSMC와 삼성전자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TSMC가 가장 큰 고객사인 애플을 위해 5나노급 공정 생산능력 대부분을 할당하면서 퀄컴 차세대 반도체를 위한 생산능력이 부족해졌다. 이는 삼성전자의 기회로 돌아왔다.

TSMC에 필적하는 파운드리기업이 삼성전자 이외에 없는 만큼 퀄컴과 삼성전자의 협력은 앞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퀄컴과 연계를 더 강화하면 현재 세계 파운드리 일감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TSMC를 따라잡을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퀄컴은 현재 세계 스마트폰용 AP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퀄컴은 1분기 기준 세계 AP 매출 47억 달러 가운데 40%를 차지해 2위인 하이실리콘과 20%포인트에 이르는 점유율 격차를 보였다.

IT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는 최근 IBM, 엔비디아의 반도체도 수주했다”며 “TSMC와 삼성전자의 차이는 좁혀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퀄컴 스냅드래곤775 등 6나노급 반도체에 관한 파운드리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6나노급 공정은 7나노급 공정을 개선한 버전으로 기존 7나노급 반도체 설계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성능을 높이고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반도체 전문매체 세미콘덕터엔지니어링은 TSMC의 공정을 예로 들어 “7나노급 공정(N7)에 적용된 설계는 6나노급 공정(N6)에서 간단히 실행할 수 있다”며 “6N은 더 많은 극자외선(EUV)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TSMC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N6은 N7과 비교해 매우 경쟁력이 있다”며 “(N6은) 7나노급 반도체에 관한 2차 수요(second wave)를 잡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