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제약사들이 장악한 당뇨병 치료제시장에 도전한다.

전 사장은 당뇨병 치료제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보툴리눔톡신에 이어 당뇨병 치료제를 대웅제약의 새 먹거리로 삼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대웅제약 글로벌제약사 장악 당뇨병 치료제 도전, 전승호 국산화 의지

▲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당뇨병 치료 후보물질 ‘이나보글리플로진(DWP16001)’의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상용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신약으로 현재 국내에서 임상2상이 진행되고 있다.

당뇨병은 체내에서 인슐린을 전혀 생성하지 못하는 1형 당뇨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형 당뇨로 나뉜다.

대웅제약은 최근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임상2상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난 혈당 강하효과와 함께 안전성도 입증했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2형 당뇨병 환자가 12주 복용했을 때 당화혈색소가 위약 대비 약 0.9% 줄었는데 이는 같은 계열의 다른 치료제보다 당화혈색소가 약 0.2~0.3% 정도 추가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또 대표적 부작용인 성기 감염과 요로 감염이 2% 수준에 불과해 안전성도 확인됐다.

대웅제약은 올해 임상3상에 들어간 뒤 2023년 국내에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 사장은 21일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임상2상 결과를 밝히며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이 이번 임상2상 결과를 통해 입증된 만큼 계열 내 최고 신약을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앞으로 폭넓은 해외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이 이처럼 당뇨병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7초마다 1명씩 당뇨로 사망하고 있고 국내 당뇨병 환자는 이미 5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글로벌 주요 국가의 당뇨병 치료제시장 규모는 2019년 약 17조 원에서 2024년 2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나보글리플로진과 같은 SGLT-2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는 최근 처방이 더욱 급증하고 있다. 의약품시장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GLT-2 억제제 계열 단일제와 복합제 6종의 원외처방액은 574억 원으로 2019년 상반기보다 30.8% 증가했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막아 소변으로 포도당 배출을 촉진함으로써 혈당을 낮추는 기전의 당뇨병 치료제다. DPP-4 억제제와 달리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당뇨병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은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의 성공을 이어갈 제품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 국내 SGLT-2 억제제시장은 글로벌 제약사가 장악하고 있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 얀센의 ‘인보카나’ 등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 제약사의 제품은 1개도 없다. 따라서 의료계에서는 국산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웅제약은 현재 3개 정도의 당뇨병 치료제의 판매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대웅제약이 글로벌 제약사 ‘머크’로부터 국내 판권을 매입한 다이아벡스는 2020년 2분기 매출이 2019년 2분기보다 33.4%나 증가하는 등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9월9일에는 LG화학의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의 공동판매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제미글로는 LG화학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제2형 당뇨병 신약으로 SGLT-2 억제제인 이나보글리플로진과 달리 DPP-4를 억제한다.

이처럼 대웅제약은 이미 당뇨병 치료제 판매를 위한 판매망을 갖추고 있어 이나보글리플로진이 상용화된다면 수월하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미글로는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560억 원을 내는 등 연매출 1천억 원에 다가서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며 “이나보글리플로진도 상용화에 성공만 한다면 기존 수입제품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