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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

해외주식 묻지마 투자에 경고등, 고객 확보만 열올린 증권사 책임론도

공준호 기자
2020-09-24   /  12:46:47
코로나19 이후 해외주식 투자열풍에 동참했던 개인투자자들이 높은 증시 변동성과 '묻지마 투자'로 막대한 손실위험을 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올해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수익으로 막대한 이익을 봤던 증권사들이 고객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주식 묻지마 투자에 경고등, 고객 확보만 열올린 증권사 책임론도

▲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과열된 해외주식 투자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묻지마 투자'에 가까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매수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기술주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거래 경험이 없는 '첫 거래고객'을 대상으로 각종 혜택을 주며 개인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조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해외주식 중개를 하는 주요 증권사 대부분은 해외주식 거래 경험이 없었던 고객을 대상으로 지원금이나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거래금액이 클수록 더 많은 현금을 지급하는 등 투자위험 설명이나 기업정보 제공에는 소홀하고 수수료 수입을 위해 거래만 부추킨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코로나19 이후 해외투자 열풍이 불자 증권사들은 급증하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앞다퉈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삼성증권은 30일까지 타사의 해외주식을 옮겨오는 고객에게 최대 1천 만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 거래고객에는 환율우대 혜택도 준다.

한국투자증권은 8월 해외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 '미니스탁'을 출시하고 신규 고객에게 최대 1만 원 상당의 해외주식을 지급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10월31일까지 미국주식 신규고객에게 온라인 수수료를 평생 0.08%로 적용하고 최대 95% 환율우대를 적용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테슬라, 애플, 넷플릭스 가운데 한 종목을 매수할 수 있는 3만원 상당의 해외주식 교환권도 제공한다.

KB증권도 10월31일까지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주식 가운데 한 주를 무작위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또 11월까지 온라인 수수료 0.07%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0월23일까지 해외주식을 매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 이벤트를 실시한다. 유진투자증권도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거래수수료를 0.08%까지 낮추고 환전 수수료 우대율을 80% 적용한다.

국내주식과 비교해 해외주식의 거래중개 수수료가 더 마진율이 높아 증권사는 해외주식 고객 유치를 통해 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와 타사 대체입고 이벤트 등 출혈경쟁을 펼치며 지금까지도 고객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런 노력과 비교해 해외주식 투자자를 위한 정보제공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법인을 활용하거나 외국계 증권사와 제휴해 해외 기업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증권사에는 해외주식 전담 인력이 있기는 하지만 10명 안팎에 그쳐 다루는 종목이 애플, 아마존, 구글 등 대형 우량주 종목으로 한정돼있다.

국내주식 거래에서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 실시간 시세가 해외주식 거래에서는 대부분 유료로 제공한다는 점도 투자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주식은 기업분석 리포트나 공시 등 투자와 관련한 심층적 정보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반면 해외주식을 그렇지 않다"며 "증권사들은 고객 확보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해외주식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8월 말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대금 규모는 1049억 달러(약 124조 원)로 사상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지난해 연간 해외주식 거래대금 규모인 409억8500달러(약 48조 원)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사들인 주식이 최근 급락하면서 대규모 손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외주식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인 테슬라의 주가는 전날 증시에서 10.34% 폭락하며 1일 고점대비 한달도 안돼 25% 가까이 빠졌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투자자의 테슬라 보유규모는 40억6226만 달러(약 4조7천억 원)다. 2019년 12월 말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 규모는 1억4478만 달러(약 1700억 원)에 그쳤는데 약 9개월 만에 30배 가까이 급증했다.

기술력이나 사업구조가 입증되지 않은 해외주식 종목에 '묻지마 투자'가 몰리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수소 개발업체인 니콜라와 반도체 엑스레이 제조회사 나녹스이미징은 각각 한화솔루션과 SK텔레콤이 지분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 모두 공매도 세력으로부터 '사기 의혹'이 제기되며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23일 니콜라 주가는 6월 고점대비 80% 가까이 빠진 21.15달러에, 나녹스이미징 주가는 11일 종가 64.19달러에서 54%가량 밀린 29.31달러에 장을 마쳤다.

국내 투자자의 니콜라 주식 보유규모는 1억2692만 달러(약 1480억 원)로 보유규모 상위 50개 종목에 올라있다.

니콜라와 함께 문제가 된 나녹스이미징은 전체 해외주식 가운데 9월(1일부터 23일까지) 순매수 규모 5위인 1억225만 달러(약 1190억 원)를 나타냈다. 나녹스이미징이 상장한 지 한달여 밖에 되지 않은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매수세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금융권에 투자자보호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23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제22차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정보접근성이 낮고 환리스크에도 노출될 수 있는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며 "금융권에서도 고객들이 투자대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자 보호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부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고 세계 경제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미국 대선, 미국과 중국 관계 등 대외 불안요인 등을 계기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예탁결제원도 해외주식과 관련한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 나섰다.

한국예탁결제원은 해외주식 종목과 관련한 정보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외화증권 정보제공업체 선정공고를 내고 10월7일까지 가격입찰을 받고 있다.

정보제공업체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요구하는 해외주식 종목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 맡게 된다. 톰슨로이터와 블룸버그터미널 등이 대표적 정보제공업체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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