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추석 전 임금협상을 타결하자는 압박에 회사의 임금안을 꺼내놓을까?

코로나19 경제위기에 임금협상이 장기화하면 유리할 것이 없는 만큼 하 사장이 이번주에 임금안을 제시하고 노조와 본격적 임금 협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노사 추석 전 임금협상 타결할까, 하언태 회사안 제시가 열쇠

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는 15일 소식지를 통해 “2020년 임금교섭이 10차까지 진행된 가운데 이번 주가 추석 전 타결을 위한 실질적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며 “교섭을 지속하고 싶으면 사측은 임금 관련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상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장은 11일 진행한 10차 교섭 때 사측에 임금안을 일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 노사는 16일 11차 교섭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그동안 교섭을 통해 전기차 전용공장 구축, 고용보장 및 부품사 상생방안 마련, 직무전환교육 운영, 코로나19 예방 강화 등 노조의 요구사안 중 일부 안건에서 합의점을 찾았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임금을 놓고는 아직 의견 조율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노조는 사측이 생각하는 임금 수준을 알아야 본격적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며 사측의 임금안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은 별도요구안 합의 전에는 임금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임금협상 시작 전 시니어 촉탁업무 연장, 전기차 전용공장 구축, 성과금 요구, 해고자 복직 등 기본급 인상 외에 10가지 별도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했는데 현재 이 가운데 4가지 사안에서만 사측과 의견일치를 봤다.

노조는 임금과 관련해 기본급 12만304원(정기호봉 승급분 제외)을 인상하고 순이익의 30%를 조합원과 협력업체 직원에게 지급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임금안이 나오면 이를 놓고 내부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다시 사측과 의견을 협의하는 과정 등을 거친다. 

현대차 노사는 추석 전에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했는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늦어도 이번주 안에는 사측의 임금안이 나와야 하는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소식지에서 “이번주 사측이 결단하지 않으면 우리 방식으로 간다”며 사측의 교섭 의지 부족으로 임금협상 타결이 추석을 넘긴다면 추석 이후 강고한 투쟁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임금협상이 길어지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부담인 만큼 현대차 노사가 극적타결을 이뤄낼 가능성도 나온다. 

임금협상의 조기 타결은 하 사장과 이 지부장의 조직 내 위상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차 노사 추석 전 임금협상 타결할까, 하언태 회사안 제시가 열쇠

▲ 이상수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하 사장은 1986년 현대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줄곧 생산분야에서 일했고 2018년 3월 현대차 대표이사에 올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 등과 함께 현대차를 이끌고 있다.

하 사장이 이번 협상까지 순조로운 임금협상 타결을 이끌어내면 대표에 오른 뒤 3년 연속 노사협상을 추석 전에 타결하는 성과를 내게 된다.

특히 하 사장은 지난해 8년 만에 노조의 파업 없이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상)을 마무리했는데 올해 임금협상 역시 순탄하게 마무리한다면 2년 연속 무파업 타결을 이끌며 노사협상 전문가로서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현대차 노사는 매년 해를 엇갈려 임금협상과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상)을 진행한다.

이 지부장은 올해 초 지부장에 올라 이번이 첫 임금협상인데 상견례 전부터 조기타결을 강조해 온 만큼 협상 능력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현대차 노사는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2020년 노사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과 달리 지금껏 안정적으로 협상을 진행했고 코로나19 위기에도 선제적으로 공동 대응하면서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 사장과 이 지부장이 목표한 기한 안에 임금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면 현대차의 이미지도 그만큼 더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현재 진행형이고 온 국민이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임금협상이 추석을 넘겨서 좋을 것이 없다”며 “사측의 임금 관련 안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교섭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만큼 사측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