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의 차입금 약 1조 원을 지급보증했는데 만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14일 항공업계에서는 호텔업을 하고 있는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이 코로나19에 따라 영업환경이 나빠지게 됐기 때문에 대규모 차입금의 재융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대한항공, 지급보증한 미국 자회사 차입금 1조 만기 돌아와 발등에 불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은 대한항공의 100% 자회사로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월셔그랜드센터를 소유하고 있다.

월셔그랜드센터는 호텔, 사무실, 상업시설로 구성된 복합시설로 대한항공은 2009년부터 8년간 약 1조5300억 원을 들여 재건축을 진행했다.

월셔그랜드센터가 운영하는 호텔사업은 미국의 호텔업계와 마찬가지로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객실점유율이 떨어져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이 9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은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받은 3600억 원 규모의 채무와 모건스탠리 등 해외 금융기관에서 받은 7100억 원 규모의 채무를 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서 받은 채무의 만기는 9월28일이고 모건스탠리 등 해외금융기관에서 받은 채무의 만기는 10월18일이다.

대한항공은 이 차입금들의 재융자를 추진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9월 만기가 도래하는 3600억 원 규모의 채무와 7100억 원 규모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9월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정부의 항공업 지원기조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10월 만기인 차입금은 모건스탠리 등 해외 금융기관에서 받은 것으로 다른 곳에서 빌려 갚을 수 있는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한항공과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의 영업실적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신용평가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의 차입금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따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이 7100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재융자(차환) 받거나 해결하지 못하면 이 채무에 지급보증을 선 대한항공은 대규모 우발부채를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재무 안정성 보완수준과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의 차입금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해 향후 신용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게 되면 다른 채무까지 일시에 갚아야 하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금융회사와 차입계약을 맺을 때 이자비용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신용등급과 연동된 특약 조항을 집어넣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등급 방아쇠(rating trigger)’로 불리는 이런 조항은 공모 채무증권이 아니면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등급 방아쇠 조항이 발동되면 크로스 디폴트(동반 부도) 조항에 따라 다른 채무까지 즉시 상환하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고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부정적 검토 대상’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부담하고 있는 채무가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채무에 등급 방아쇠 조항이 있는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