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ARM 품은 엔비디아 젠슨 황, 인텔 넘어 반도체공룡 야심

▲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RM을 품에 안고 CPU(중앙처리장치) 기술 확보의 꿈을 이루면서 인텔의 아성에 직접적으로 도전하게 됐다.

기존 ARM 생태계를 더욱 확대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을 더해 새로운 반도체 공룡으로 진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13일 소프트뱅크로부터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거래다.

엔비디아는 215억 달러는 주식, 120억 달러는 현금으로 지급한다. 소프트뱅크는 ARM이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면 50억 달러의 주식이나 현금을 추가로 받게 된다. 엔비디아는 ARM 직원들에게도 15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지급한다.

젠슨 황 CEO는 이번 거래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ARM은 매우 특별한 회사”라며 “두 회사의 결합은 양사와 고객, 산업 전체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는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업계 1위 회사로 키워냈다. 최근에는 뛰어난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클라우드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오래 전부터 CPU 개발에 눈독을 들여왔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독보적 저전력 중앙처리장치 기술을 보유한 ARM을 품에 안으면서 비로소 뜻한 바를 이루게 됐다.

ARM 인수를 통해 앞으로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황 CEO는 “두 회사의 결합으로 인공지능시대를 위한 놀라운 회사가 탄생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연산능력이 ARM의 광활한 생태계를 만나 인공지능이 클라우드, 스마트폰, PC,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세계 구석구석으로 스며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로 인텔이 가장 위협을 받게 됐다고 바라본다. 

엔비디아는 7월 인텔 시가총액을 제쳐 미국에서 가장 큰 반도체 기업이 됐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주가 급상승을 두고 실체가 없는 거품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엔비디아의 매출은 여전히 인텔의 5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ARM의 CPU 기술을 확보하면서 실질적으로 인텔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스 모세스만 로젠블라트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ARM 인수에 성공하면 장차 인텔이나 AMD 같은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인텔이 직접적으로 도전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황 CEO는 인수 후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이 90%가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분야다.

그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는 ARM의 저전력 기술을 매우 필요로 한다”며 “ARM의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에 우선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브스는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가 ARM 기반의 CPU와 연결되면 어마어마한(mammoth)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ARM은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 주요 기술 기업과 모두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ARM 매각에 나서자 특정 기업이 인수하면 이러한 역학 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황 CEO는 인수 후에도 ARM의 중립적 사업모델을 유지해 나가겠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ARM의 고객과 관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주요 고객인 애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를 애플 맥PC에서 지원하지 않는 등 엔비디아와 애플의 관계는 다소 소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인수를 위해 많은 돈을 지불했다”며 “고객이 떠나도록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이 인수를 반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중국 규제기관을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최종 승인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