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기자재회사 파나시아가 코스닥에 상장한다.

이수태 파나시아 대표이사 회장은 새 성장동력으로 수소추출기를 내세우며 기업공개 흥행을 위한 불을 지피고 있다.
 
이수태 '수소' 들고 파나시아 상장흥행 불지펴, '스크러버 비관론' 부담

▲ 이수태 파나시아 대표이사 회장.


다만 파나시아의 급성장을 이끈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와 관련해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는 점은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11일 투자업계에서는 파나시아의 기업공개를 위한 수요예측을 앞두고 공모가액이 매력적이라는 시선이 퍼지고 있다.

파나시아는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 450만 주를 새로 발행해 일반공모 방식으로 기업공개를 진행한다. 17~18일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10월 안에 코스닥 상장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대표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은 희망 공모가액 범위(밴드)를 3만2천~3만6천 원으로 제시했다. 투자업계는 이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고 본다.

파나시아는 기자재회사들 가운데서도 비정상적으로 주가 수익비율(PER)이 높은 에이치엘비파워(115.92배), 세진중공업(86.24배), 성광벤드(33.81배)를 비교집단(peer그룹)에서 제외했다.

이를 통해 비교집단의 평균 주가 수익비율을 13.09배로 산출한 뒤 이를 토대로 공모가액을 책정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파나시아는 주가 수익비율이 높은 회사들을 비교집단에서 제외해 공모가액의 군살을 뺐다”며 “상장 뒤 주가 상승을 노리고 공모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태 회장은 이런 긍정적 분위기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파나시아는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의 연료공급장치를 개발해 가스 분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수소추출기 및 부속설비의 연구를 지난해 마쳤으며 양산설비를 구축해 내년부터 본격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추출기는 LNG(액화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뽑아내는 장치다. 정부의 수소충전소 확충계획과 맞물려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앞서 7월 수소경제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수소충전소를 2025년 450곳, 2030년 660곳, 2040년 1200곳까지 단계적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수소충전소는 대량생산된 수소를 공급받아 쓰는 오프사이트(Off-Site) 충전소와 현장에서 수소를 생산해 쓰는 온사이트(On-Site) 충전소로 나뉜다. 정부가 힘을 싣는 쪽은 온사이트 수소충전소이며 수소추출기는 온사이트 수소충전소의 필수장비다.

파나시아는 상장일정을 공개한 증권신고서에서 기업공개로 끌어모은 자금을 수소추출기 관련 연구와 양산설비 구축에 단계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고 밝혔다. 수소추출기는 이 회장이 상장을 앞두고 꺼낸 ‘흥행 카드’인 셈이다.

이는 조선업계나 증권업계 전반에서 파나시아의 기존 성장동력인 스크러버와 관련해 부정적 시각이 퍼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스크러버는 LNG추진선이나 저유황유와 함께 국제해사기구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선박연료유 황함량규제의 대응방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오염수 발생을 막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싱가포르나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등 글로벌 주요 무역항에서 스크러버 설치 선박의 입항이 제한되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13개 나라 27개 항구에서 스크러버 설치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고 있다”며 “세계 어디에서도 스크러버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으며 설치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는 지역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파나시아는 ‘스크러버 비관론’을 일축하고 있다. 앞서 10일 스크러버 2공장을 완공해 연 1조 원 규모의 생산능력까지 갖췄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현재 내년치 작업물량을 넘어서는 잔고를 확보해 뒀으며 수주흐름도 좋다”며 “시장 전망이 나쁘다면 생산공장을 증설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스크러버 비관론에 무게가 실려 있는 만큼 파나시아의 기업공개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긍정적 재료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낮은 공모가격과 수소추출기가 시장의 관심을 끌어모을 재료인 셈이다.

이 회장으로서는 특히 수소추출기가 스크러버처럼 또 한번 ‘대박’을 낼 사업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파나시아는 2019년 연결기준 매출 3285억 원, 영업이익 715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매출은 474%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51398%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스크러버가 급성장을 견인했다. 파나시아는 국제해사기구의 선박연료유 황함량규제 시행을 1년 앞두고 스크러버의 수주가 급증하면서 빠르게 글로벌시장 점유율 8%의 4위 회사로 발돋움했다.

이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에서는 자체 수소추출 기술이 미약하며 대부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2025년에는 파나시아가 수소추출기시장에서 점유율 3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수태 파나시아 대표이사 회장은 1955년 3월3일 울산에서 태어났다.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미국 카네기멜론대 경영대학원, 한국해양대 대학원 등을 졸업했다.

현대중공업 조선설계부를 거쳐 1989년 파나시아의 전신인 범아정밀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