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설계사를 통한 대면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고용보험 적용대상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면서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부담을 안게 됐다.
 
대형 생명보험사, 대면영업 어려운데 설계사 고용보험으로 부담 커져

▲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로고.


11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면영업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에 놓였다.

보험사들은 8월30일부터 13일까지 정부의 방역방침을 따라 설계사를 통한 대면영업을 중단하고 있는데 하반기 보험영업 실적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결정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설계사 대면영업 중단이 장기화될 수 있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생명보험 상품은 내용이 복잡하고 가입기간도 길어 설계사가 고객과 여러 번 만나 상품을 설명한 뒤 계약이 이뤄진다”며 “8월 말부터 대면영업을 하지 못한 것이 10~12월 보험영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대면영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보험을 판매할 때 대면채널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6월 말 기준 초회보험료 가운데 95% 이상을 대면채널에서 거뒀다.

8일 특수고용직 노종자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대형 생명보험사의 시름이 늘었다.

고용보험은 직장을 잃은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재취업을 대비하기 위한 사회보험이다. 고용보험료는 급여의 1.6%로 노동자와 사업주가 0.8%씩을 각각 내고 있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전속설계사 조직을 운영하는데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6월 말 기준 전체 생명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수는 9만3915명이다.

삼성생명이 2만4534명, 한화생명이 1만9304명, 교보생명이 1만4530명을 보유하고 있다.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 가운데 62%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전속설계사인 것이다.

보험연구원 등의 보고서를 종합하면 생명보험업계에서만 한 해 200억~600억 원가량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특수고용직 노동자 가운데 어떤 직종을 고용보험 적용대상에 포함할지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속성이 강한 직종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보험설계사가 고용보험 적용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노동부는 9월 안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된 뒤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보험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못했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협회를 중심으로 보험사 사정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설계사에게 고용보험에 가입할지 선택권을 주자고 요구하고 있다.

보험설계사가 고용보험 적용대상에 포함되면 보험료 인상, 설계사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고용안정을 위해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보험사들이 설계사 조직을 고능률 설계사 중심으로 재편하면 고용불안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