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9월 기업 동향과 전망-정유 화학 방산

▲ 배터리 소송을 벌이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국제유가가 40달러 선에서 장기간 랠리를 계속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저유가가 오래 지속되고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실적에 유리하다. 하지만 저유가에도 제품 수요가 늘지 않아 정제마진이 크게 오르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중국 대홍수와 글로벌 코로나19 재확산, 아람코의 OSP(아랍경질유 공식 판매 가격) 인상 등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에 부담스러운 요인은 여전하다. 다만 미국에서 태풍 허리케인 영향으로 일부 정유사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단기적으로 에틸렌 등에서 정제마진 상승을 기대해볼 여지는 있다.  

화학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특허소송을 놓고 합의금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SK이노베이션이 다급한 처지다. 여러 정보를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은 합의금으로 최소 수천억 원에서 최대 1조 원대까지도 고려하고 있지만 LG화학은 최소 3조 원 안팎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모든 직원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보안문제로 외부에서 방산망 접속이 불가능한 만큼 방산업계 재택근무는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코로나19는 더 무서운 존재다.

<정유 화학> 

◆ 에쓰오일 


에쓰오일의 미래가 달린 석유화학 7조 투자 프로젝트의 최종 의사결정만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상당히 나빠진 재무구조가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정유업황이 좋지 않아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의미 있는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기가 쉽지 않다. 

에쓰오일은 창사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중간배당도 건너뛰면서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이자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의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정유, 화학 등 기존 사업이 배터리사업 적자를 메워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10월 확정될 미국 판결을 앞두고 LG화학과 합의를 추진하고 있는데 금액과 관련한 부담이 크다.

LG화학과 미국 배터리소송 최종 판결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다만 판결집행 유예기간이 적용되면 60일의 기간을 벌 수 있다. 남은 3개월이 사실상의 LG화학과 합의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한이라는 얘기다. 

화학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합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 과정에서 한국인 불법 취업 문제가 불거져 공화당 지역구 의원의 표적이 된 상황이라 현지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관건은 합의금 액수다. 화학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합의금으로 수천억 원, 내부적으로는 최대 1조 원까지도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LG화학은 최소 3조원 안팎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2조 원 수준에서 합의할 것으로 보는 증권사도 있다. 

◆ LG화학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벌인 배터리 특허관련 국내 재판 1심에서 승소하면서 배터리 소송 합의를 두고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최종판결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조기패소 예비결정을 받으면서 LG화학이 한결 여유로운 처지다.

LG화학은 22일 세계1위 전기차기업 테슬라가 선보일 '배터리데이'에서 나노와이어 기술을 활용한 실리콘 음극재를 공개할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화학은 실리콘음극재 코팅에 쓰이는 탄소나노튜브를 생산하고 있는데 실리콘음극재 시장이 커지는 데 대응해 2021년까지 1200톤을 증설할 계획을 이미 세워뒀다. 

◆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19로 늘어난 NB라텍스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생산설비를 6만 톤 증설하기로 했는데 LG화학도 NB라텍스 설비를 10만 톤 증설하기로 하는 등 화학기업들의 가세로 글로벌 공급과잉이 초래될 수도 있어 관련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글로벌 NB라텍스시장 1위 기업이다.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위생용 니트릴 장갑을 만들 때 사용되는 NB라텍스의 글로벌 공급량은 현재 200만 톤에서 내년에는 300만 톤까지 늘어나게 된다. 현재는 NB라텍스 시장 상황이 호황이지만 공급과잉의 심화가 현실화하면 금호석유화학은 기대한 만큼 이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방산> 

◆ LIG넥스원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8월 말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국내 방산업계에서 코로나19에 따라 모든 직원 재택근무를 결정한 것은 LIG넥스원이 처음이다. 보안문제로 외부에서 방산망 접속이 불가능한 만큼 방산업계 재택근무는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LIG넥스원이 선제적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도 속속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LIG넥스원은 한국전자파학회와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방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무인화와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전자파 기술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LIG넥스원이 유도무기, 감시정찰, 통신장비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온 만큼 전자파학회의 학술 인프라를 접목하면 한국방위산업의 글로벌 진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한화시스템

9월 중 한국형 차기 구축함 전투체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데 구축함 전투체계 개발을 독점해온 한화시스템이 LIG넥스원을 제치고 수주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투체계사업은 개발에만 5천억 원 이상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연말쯤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5년 동안 기업가치 확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됐된 공정거래위원회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김연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는 그동안 공정위와 소송전 벌이며 신경 쓸 일이 많았는데 의혹이 완전히 해소돼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우주인터넷 등 미래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 한화디펜스

최근 1조원 규모의 호주 K9 자주포 수출 사업 우선공급자로 선정되면서 2022년 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는 호주 육군 미래형 궤도장갑차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미래형 궤도장갑차사업은 5조원 대 규모로 한화디펜스로서는 수주에 성공하면 방산 선진국의 주력 무기체계를 확보하게 된다. 

한화디펜스는 내년에 50조원 규모 미국 장갑차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 예정인데 호주에서 사업결과가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때문에 이성수 한화디펜스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호주 현지화 전략을 장점으로 내세워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주요 방위산업체 가운데 항공부품사업 매출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항공산업 침체로 쉽지 않은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과 김인덕 노조위원장이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하고 노사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위기 극복에 힘을 다하고 있다.

9월 초에는 한국형전투기 시제기의 조립을 시작했다.

2021년 상반기까지 시제기가 완성돼 출고되면 성능을 검증한 뒤 2026년 관련 체계 개발을 마치게 된다. 최근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과 수리온을 경찰청 헬기 ‘참수리’ 2대도 추가 수주해 내수 방산과 국내 헬기사업을 통해 코로나19 경영위기를 극복해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