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코로나19 재확산과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하반기에도 실적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은 수익성과 현금창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군살빼기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하반기도 실적회복 장담 못 해, 최정우 군살빼기 고삐 더 죈다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4일 포스코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포스코의 실적 회복시점도 뒤로 밀릴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는 애초 실적이 2분기 바닥을 찍은 뒤 3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철강 수요산업이 언제 회복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서 이런 예상도 빗나가게 됐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철강 수요가 늘더라도 최근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크게 뛴 탓에 4분기에도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철광석 가격은 대개 철강회사 수익성에 1분기 정도 늦게 반영된다. 철광석 가격은 8월 말 톤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올해 1월과 비교하면 50% 넘게 높아졌다.

포스코가 3분기 별도기준으로 영업이익 1495억 원을 내면서 1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바라보지만 2019년 3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77.4% 감소하는 만큼 포스코로서는 여전히 시름을 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올해 2분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철강업황 악화로 별도기준 첫 분기별 영업적자를 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정우 회장은 하반기에도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비주력사업 구조조정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비핵심사업과 저수익 사업을 구조조정하며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펴 왔는데 코로나19와 싸움이 길어져 현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더욱 커진 만큼 부동산이나 비핵심사업의 설비, 해외 적자법인 등 위주로 추가 매각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말이 철강업계에서 나온다. 

당장 포스코는 충청남도 서산오토밸리 산업단지에 있는 공장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포스코에 2018년 흡수합병된 포스코P&S가 알루미늄 압연공장을 짓기 위해 매입했던 땅인데 쓸모가 없어지자 현금 확보를 위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3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여건 변화에 따라 시나리오별 비상대응체계를 확립하고 간접비용의 극한적 절감과 투자 우선순위 조정, 비핵심·저수익사업 구조조정 등 고강도대책을 실행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철강에 대부분을 의존하던 포스코의 수익구조를 비철강, 신사업으로 나눠 싣는다는 큰 그림을 그려두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사업, 2차전지소재사업, 식량사업 등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는데 이 사업의 몸집을 더욱 불리려면 돈 들어갈 일이 많다. 군살빼기의 목적에는 투자재원 확보도 있는 셈이다.

권오준 전 회장이 임기 동안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만큼 철강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추가 구조조정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예상을 깬 행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15년 권오준 전 회장 때 가치경영실장을 맡아 그룹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안정적 재무구조의 중요성을 직접 지켜본 만큼 더욱 이 분야에 신경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철강 상생협력펀드 협약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 철강산업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을 정도로 현재 포스코가 어느 때보다 위급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본다.

최 회장이 포스코를 맡은 뒤 비주력사업을 하나둘 정리하면서 재무구조는 더욱 탄탄해졌다.

2019년 말 기준 포스코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65.4%로 2018년보다 1.9%포인트 낮아졌다. 순차입금은 7조9782억 원으로 전년보다 1조5534억 원 감소했다.

포스코의 연결기준 유동비율은 최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7년 164.3%에서 2018년 177.7%, 2019년 213.5%로 꾸준히 증가했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인데 이 비율이 높을수록 현금 동원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스코는 6월 중국에 있는 후판 가공센터(CDPPC) 매각을 마쳤고 비슷한 시기 13년 넘게 들고 있던 동국제강 지분도 처분했다. 7월에는 광양제철소 하이밀 전기로와 압축연속주조압연설비(CEM) 설비도 매각을 끝냈다.

지난해에는 고순도 페로실리콘 생산공장을 심팩홀딩스에 팔았다. 페로실리콘은 합금철의 하나인데 제련 과정에서 탈산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쓰인다.

해외사업도 정리했다. 중국 광둥성에 있는 전기도금강판 생산·판매법인인 ‘광동순덕포항강판’과 아랍에미리트 법인을 매각했다.

2019년 12월에는 베트남 법인 ‘SS VINA’의 지분 49%를 일본 형강 전문회사 야마토그룹에 넘겼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