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래분석원 놓고 정치권 옥신각신, 홍남기 방향 잡기 쉽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가 8월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그>

부동산 감독기구의 설립을 놓고 정치권에서 말들이 많다.

부동산 감독기구의 설립 추진 자체에 부정적 태도에서 감독기구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스펙트럼이 넓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는 설립 추진방향을 잡는 일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정부 차원에서 부동산시장을 전담해 모니터링하거나 감독하는 기관의 해외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을 추진하면서 영국의 시장경쟁국(CMA), 미국 연방주택금융청, 미국 캘리포니아주 부동산국 등 사례를 든 바 있는데 이들의 성격이 정부 차원의 부동산거래 감독과는 거리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홍 부총리가 2일 가칭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에는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적 지적이 나왔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놓고 “과연 이 정도로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시장을 조성하고 상시 관리, 감독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8월10일에 한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라는 발언을 든 뒤 “관료들의 손을 거치며 용두사미가 된 것처럼 보인다”고도 비판했다.

홍 부총리가 밝힌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추진 방향은 현재 국토교통부 소속 임시조직인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본시장조사단 등을 참고해 확대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현재 국토교통부,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7개 기관으로부터 13명이 파견 나오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홍 부총리의 계획에 따르면 전문인력 파견 규모가 커지고 부동산 이상거래 분석을 위한 권한이 강화된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실효성 없는 기구가 될 것이라고 보는 측에서는 조직규모와 권한 등 문제를 지적한다.

홍 부총리가 참고하겠다는 금융정보분석원과 자본시장조사단은 각각 80여 명, 30여 명 정도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역시 인원규모는 많아야 100명 안팎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전담기구 설립을 꺼낸 뒤 새 기구는 2천 명이 넘는 금융감독원 정도의 규모로 설립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초라해진 셈으로 국내 부동산거래를 모두 도맡아 분석하기에는 부족한 인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거래분석원에게 주어질 권한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국세청이나 금감원 업무영역과 중복되는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반면 부동산 전담기구가 과도한 조사권한으로 부동산거래를 위축시키고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면서 부동산 전담기구의 설립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측도 있다.

아직 부동산거래분석원의 구체적 권한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부동산거래와 관련해 거래당사자의 금융정보를 조사할 권한이 주어질 가능성은 크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의 권한과 관련해 “개인금융, 과세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독립기구가 아니라 부처 내에 설치되는 만큼 기구의 정치적 중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 부총리로서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의 권한비대를 우려하는 측과 실효성 있는 권한부여를 주장하는 측 모두를 어느 정도 납득시킬만한 법률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설립을 놓고 홍 부총리보다 민주당에서 적극적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데 개정안에는 국토부나 산하 실거래 조사기관에 금융거래, 신용정보 등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