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채권을 줄이고 국내 장기채권 비중을 높이며 자산과 부채의 만기 차이를 줄이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새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이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승주, 한화생명 국내 장기채 비중 늘려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2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하반기에도 국내 장기채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산운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이 보유한 채권에서 국내 장기채 비중은 지난해 4분기 45%, 올해 1분기 48%, 2분기 52% 등 꾸준히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해외 장기채 비중은 39%, 38%, 36%로 나타났다. 

국내 단기채 비중은 10%, 9%, 8%로 하락 흐름을 보였다. 해외 단기채 비중도 6%, 5%, 4%로 파악됐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속해서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든 해외든 장기채권은 금리 수준과 관계없이 계속 들고가야 한다”며 “다만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커지면서 국내 장기채 투자가 유리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승주 사장이 국내 장기채 비중을 높이려는 것은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 듀레이션 갭을 줄이기 위해서다.

2023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고 이에 따라 새 지급여력제도가 시행되면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돼 듀레이션 갭이 커질 수 있다.

듀레이션 갭이 커질수록 재무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어 장기채 매입을 통해 자산 듀레이션을 선제적으로 더욱 확대하려는 것이다.

듀레이션은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을 말한다. 듀레이션 갭은 자산 듀레이션과 부채 듀레이션의 차이를 뜻한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는 보험료는 보험사의 자산이면서 동시에 부채다. 보험료로 채권이나 부동산을 사면 자산으로 잡히지만 언젠가는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점에서 부채로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 재무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서로 일치시키는 것이다.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일치시켜두면 보험사는 시장금리 변동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동일한 규모 자본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업무인 보험 영업에 집중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 자산 듀레이션은 8.37년이다. 부채 듀레이션은 10.59년이다. 듀레이션 갭은 1.43년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산 듀레이션은 8.99년이다. 부채 듀레이션은 10.17년이다. 듀레이션갭은 0.23년이다.

여 사장은 이달부터 자산 듀레이션으로 인정되는 금리파생상품을 활용해 자산 듀레이션을 더욱 높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6월 말 미래 채권 인수를 약속하는 ‘채권 선도거래’를 자산 듀레이션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채권 선도거래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 정해진 가격으로 채권 실물을 인수한다고 약속하는 거래다. 당장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으면서도 자산 듀레이션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화생명은 금리파생상품 1조 원을 거래할 때 자산 듀레이션이 0.1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 사장으로서는 듀레이션 관리를 위해 국내외 장기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것 이외에도 다른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