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이 현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기업결합심사가 끝난 뒤 진행할 유상증자 참여 등 실무작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 현금확보 집중,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 한걸음 앞으로

▲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1일 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자회사 현대에너지솔루션 보유지분을 계속해서 매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대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직후 한국조선해양이 들고 있던 현대에너지솔루션 분율은 71.43%였다. 올해 들어 5월, 7월, 8월 3차례 55만 주씩을 시간외 매매(블록딜)로 처분해 지분율은 이날 기준으로 56.7%까지 낮아졌다.

일련의 주식 매각으로 한국조선해양은 457억6660만 원을 확보했다.

한국조선해양은 더 큰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용보일러 자회사인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지분 100%다.

한국조선해양은 매각시점이나 예상금액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투자업계는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의 가치를 대체로 2500억~3천억 원가량으로 본다. 자산가치 1979억 원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한 데 따른 성장성을 더한 수치다.

한국조선해양의 현금 확보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너지솔루션 보유지분의 추가 매각과 자회사의 추가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기조를 세워놓고 있어 시장에서 수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회사는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며 “현대에너지솔루션처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준의 지분만 보유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많은 지분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실무작업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아직 유럽연합, 한국, 중국, 일본 등 4개 나라에서 기업결합을 승인받지는 못했으나 유럽연합의 승인만 받으면 나머지 3개 나라의 승인을 받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6월 유럽연합의 기업결합심사도 LNG운반선 등 가스선시장의 독점 우려만이 남아있을 뿐 원유운반선이나 컨테이너선 등 다른 선박들과 관련한 시장독점 우려는 모두 해소됐다고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가 통보했다.

앞서 8월 유럽연합과 사정이 비슷한 싱가포르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조건 없이 승인하는 등 해외 기업결합심사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문제는 기업결합심사 이후다.

한국조선해양은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승인을 받은 뒤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 보통주 5973만8211주를 현물로 출자받고 산업은행에 한국조선해양 보통주 7%와 우선주 1조2500억 원어치를 발행해 넘긴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1조5천억 원 규모로 참여해야 한다. 한국조선해양도 대우조선해양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재원을 마련하고자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중공업지주에서 1조2500억 원을 지원받는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그런데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필요하다면 대우조선해양에 1조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약속도 했다.

현재로서는 이 추가 지원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1조 원을 웃돌았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2928억 원까지 떨어지는 등 현금 창출력이 줄고 있다. 이 기간 차입금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5.6배에서 1.7배까지 급감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매출 8조3587억 원을 냈는데 올해 매출 전망치(컨센서스)는 7조7892억 원이다. 조선사의 매출 감소는 곧 고정비 부담의 확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차입금 상환능력은 또 한 차례 줄어들 공산이 크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1조3031억 원 보유하고 있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1조 원을 지원해야 한다면 현대중공업지주의 지원을 고려하더라도 부담이 너무나 크다.

한국조선해양으로서는 추가 지원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현금을 비축하는 데 더욱 힘을 실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재원을 마련한다는 목적에서 비주력사업의 정리나 자회사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현금을 많이 쌓아 둘수록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실무작업에 보탬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