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폭발사고로 가동중단된 대산 공장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김 사장은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화학사업의 원료 다변화를 강화하는 전략을 세웠는데 대산 공장을 다시 가동해야 이 전략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조기 정상화 안간힘, 김교현 실적회복 첫 걸음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대산 공장이 롯데케미칼의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아 김 사장으로서는 대산 공장의 재가동이 시급하다.

27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대산 공장을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올해 안에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설비 재설치를 위한 준비 과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일부 설비는 이미 조립에 들어갔다”며 “4분기 안에 모든 설비의 시범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은 3월 폭발사고로 13개 설비 가운데 4개 설비의 가동이 멈춰있다.

증권가에서는 대산 공장이 피해 규모가 커서 내년부터나 재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산 공장의 재가동을 4분기 이후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김교현 사장이 피해 복구에 꽤나 공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이 재가동을 서두르는 것은 가동을 멈춘 4개 설비 가운데 나프타 분해설비(NCC)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나프타 분해설비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찌꺼기로 남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에틸렌은 모든 화학제품의 기초원료가 되는 제품으로 ‘화학산업의 쌀’로 불린다.

김 사장에게 나프타 분해설비는 단순히 나프타를 분해하는 기능뿐 아니라 롯데케미칼의 화학사업 원료를 다변화하는 장기 전략차원에서도 중요한 설비다.

김 사장은 나프타 대신 화학사업의 원료로 투입하는 LPG(액화석유가스)의 도입 한계용량을 늘려 원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LPG가 저렴할 때는 LPG의 투입을, 나프타가 저렴할 때는 나프타의 투입을 늘려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전략이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LPG 투입량을 지난해 90만 톤에서 2023년 220만 톤까지 늘리는 큰 틀의 전략을 밝혔다. 비중으로 따지면 2019년 14%에서 2023년 31%다.

그런데 LPG를 화학사업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나프타 분해설비에 연결된 가스 전용 분해설비(가스크래커)를 통해 메탄 성분을 추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품 투입은 나프타 분해설비를 통해 이뤄진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대산 뿐만 아니라 여수나 말레이시아 등 공장의 나프타 분해설비에도 LPG를 연료로 투입하고 있다”면서도 “대산 공장의 나프타 분해설비가 다시 가동돼야 전체 나프타 분해설비 가동률에 기반을 두고 가스 전용 분해설비의 확충 등 자세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23년의 장기 계획뿐 아니라 당장 내년을 위해서도 대산 공장의 재가동이 시급하다.

롯데케미칼은 나프타 분해설비를 상시 완전가동에 가깝게 유지한다. 지난해는 가동률이 96%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는 대산 공장의 나프타 분해설비가 멈춰 가동률이 70%에 머물렀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공장의 나프타 분해설비를 통해 연 11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이는 롯데케미칼의 전체 에틸렌 생산량 가운데 24% 수준이다.

이 정도면 에틸렌에서 시작되는 롯데케미칼 화학사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 전체를 흔들기에 충분하다고 화학업계는 바라본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상반기에 영업손실 531억 원을 봤다. 특히 1분기 적자 860억 원은 롯데케미칼이 무려 31분기 만에 낸 적자였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셰일에너지에 기반을 둔 에탄 분해설비(ECC)보다 나프타 분해설비의 원가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면서도 “롯데케미칼은 유가 하락에 따른 저가 원재료 투입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기회비용에 따른 실적 부담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사장이 대산 공장의 조기 정상화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