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카타르 해양플랜트의 수주를 위한 입찰에 참여한다. 올해 현대중공업이 수주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유일한 해양플랜트다.

수주전 경쟁자들이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나 현대중공업은 강점인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수주전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해양 일감 바닥 보여, 카타르 해양플랜트 수주 전력투구

▲ 정기선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2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atar Petroleum)이 9월 웰헤드 플랫폼(WHP, 해양자원 시추용 고정식 플랫폼)의 발주를 위한 입찰참여 요청서(RFP)를 발송한다.

이 설비는 ‘카타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100척’으로 잘 알려진 NFE 프로젝트(노스필드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의 해양가스전 개발에 쓰일 해양플랜트다.

현대중공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입찰 개시를 앞두고 호재도 있었다.

해양개발 전문매체 업스트림은 “싱가포르 셈코프마린(Sembcorp Marine)은 카타르 웰헤드 플랫폼의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야드 가동중지의 여파가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처음 발주계획이 알려졌던 6월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과 미국 맥더못(McDermott), 이탈리아 사이펨(Saipem), 셈코프마린의 4자 대결구도가 이뤄질 것으로 조선업계는 내다봤다.

셈코프마린은 해양플랜트 전문 조선사로 한국 조선사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건비를 무기로 내세운다. 세계에서 잭업리그(대륙붕 유전 시추설비)를 가장 많이 건조한 곳이기도 하다.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조선3사에게 패배를 안긴 사례도 미국 멕시코 만의 비토(Vito) 프로젝트와 노르웨이의 요한 카스트베리(Johan Castberg) 프로젝트 등 여럿 있다.

셈코프마린이 이탈해 수주전 구도가 3파전으로 압축되면 현대중공업으로서는 경쟁이 다소 수월해진다.

다만 남아있는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다.

사이펨은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Top Side) 제작에 강점이 있는 EPC(일괄도급사업) 전문회사로 프랑스 테크닙FMC(Technip FMC), 말레이시아 사퓨라(Sapura)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자원개발 사업자로 꼽힌다.

1957년 설립돼 업력도 길며 업계에서는 ‘로마군단’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맥더못은 사이펨보다도 어려운 상대다.

EPC회사들은 해양플랜트 수주에 나설 때 육상 플랜트와 비슷한 상부구조물에 집중하며 하부구조물(Hull)은 컨소시엄을 이룬 조선사들에 맡기는 경향이 있다. 바다와 직접 접하는 하부구조물의 중요성 탓에 설계는 보통 조선사들의 몫이다.

그러나 맥더못은 하부구조물 건조뿐 아니라 설계까지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1923년 설립돼 100년 가까이 쌓은 플랜트 제작경험 덕분이다. 이 때문에 맥더못은 컨소시엄이 필요 없는 설계의 강자로 여겨진다.

특히 카타르 웰헤드플랫폼은 맥더못이 기초설계(FEED)를 수행해 2019년 완료하면서 설계 강자의 면모를 입증한 설비다. 카타르페트롤리엄으로서는 맥더못이 안정적 수주처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기술력에서 강점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카타르 웰헤드플랫폼의 수주전에서 부유식, 반잠수식, 고정식 등 여러 형태의 해양플랜트들 가운데서도 고정식 플랫폼의 건조에 특히 강하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해양플랜트들 가운데서도 2006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나스르(Nasr) 프로젝트의 고정식 원유생산 플랫폼과 2011년 수주한 영국 클레어릿지(Clair-Ridge) 프로젝트의 고정식 원유·가스 복합생산 플랫폼은 대표적 생산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나스르 프로젝트에 쓰인 플랫폼 ‘움샤이프(Umm Shaif)’를 컨소시엄 없이 단독으로 수주해 모든 과정을 홀로 진행하면서 EPC 역량을 입증했다.

클레어릿지 프로젝트의 플랫폼 ‘클레어릿지’를 영하의 추위와 거센 파도 등 북해의 거친 해상환경에서도 30년 이상 가동할 수 있도록 제작하면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줬다. 
 
현대중공업 해양 일감 바닥 보여, 카타르 해양플랜트 수주 전력투구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고정식 원유·가스 복합생산 플랫폼 '클레어릿지(Clair-Ridge)'.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이번 수주전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절실함도 있다.

내년 4월이면 해양일감이 모두 사라지는 가운데 카타르 웰헤드플랫폼이 올해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해양플랜트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베트남의 해양유전 개발계획인 블록B 프로젝트에 쓰일 고정식 원유생산 플랫폼의 수주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설비는 애초 2018년 발주가 전망됐던 해양플랜트임에도 발주처인 페트로베트남(PetroVietnam)이 계속해서 입찰을 연기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발주 자체가 불투명하다.

현대중공업은 미얀마 슈웨3 프로젝트의 고정식 가스생산 플랫폼을 놓고서도 맥더못과 경쟁하고 있다. 다만 발주처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최종 투자결정(FID)이 내년 2월인지라 설비 발주시점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 7월 해양부문 일감이 소진돼 2019년 6월 미국 킹스키(King’s Quay) 프로젝트의 반잠수식 원유 생산설비(Semi-Submersible FPU) 거주구 건조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생산기술 노동자 1800여명과 사내하청 노동자 2300여명이 유휴인력이 됐던 경험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600여 명의 유급휴직과 800여 명의 전환배치, 300여명의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시행한 것도 모자라 해양부문에 조선부문 작업물량까지 배정하며 버텼지만 결국 김숙현 당시 해양사업부문 대표(현 현대중공업 동반성장실장)가 구조조정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카타르 웰헤드 플랫폼 수주전에 영업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LNG운반선 수주영업을 위해 발주처 카타르페트롤리엄과 일찍부터 접촉하면서 좋은 관계를 구축해 뒀다”며 “카타르에서 반드시 해양플랜트까지 수주해 NFE(노스필드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