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이 알뜰폰시장 진출을 두고 업계의 거센 견제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방송·인터넷 결합상품에 알뜰폰으로 이동통신서비스까지 얹어 방송·통신 중저가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는데 알뜰폰사업을 시작하는데 진통이 예상된다. 
 
KT스카이라이프 알뜰폰 진출 험난, 김철수 중저가로 집중공략 차질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사장.


16일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인터넷TV의 약진으로 케이블TV, 위성방송 가입자 감소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TV와 인터넷 등 이종결합(DPS)상품이 신규 가입자 유치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도 위성방송과 초고속인터넷 홈결합 상품 매출 호조가 실적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2020년 7월에도 방송 가입자 수가 6월보다 1만1554명 줄어들며 2018년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인터넷과 홈결합 가입자가 감소폭을 줄여주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2020년 2분기 기준 가입자의 95.5%가 방송과 인터넷 결합상품을 사용하고 있다.

김 사장이 내부에 알뜰폰사업 태스크포스(전담조직)을 만들어 이동통신서비스로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결합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 사장에게 알뜰폰시장 진출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닌 유료방송시장 자립생존을 위한 필수적 요소인 셈이다.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케이블TV사업 인수전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위성방송사업자의 약점을 보강했지만 현재 유료방송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터넷TV와 경쟁하려면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김 사장은 알뜰폰서비스까지 꿰어내 방송통신 결합시장, 특히 중저가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그려뒀다.

위성방송과 케이블방송은 인터넷TV와 비교해 요금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여기에 이동통신서비스로 알뜰폰을 더하면 KT스카이라이프의 방송통신 결합상품은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미 KT스카이라이프가 업계 최저가 수준의 결합상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알뜰폰업계의 반발과 견제가 만만찮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업계 반응에 눈치를 살피고 있다.

현행법상 알뜰폰시장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이기 때문에 등록요건을 갖춘 사업자라면 시장 진출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KT스카이라이프의 알뜰폰 서비스 개시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김 사장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가 결국 KT스카이라이프의 알뜰폰사업 진출을 승인하더라도 결합상품 등과 관련해 조건을 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2014년 이동통신3사 계열사의 알뜰폰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대신 결합판매 이용약관 인가 의무, 모기업 직원과 유통망을 이용한 영업활동과 마케팅비 보조 금지, 중소 알뜰폰사업자 단말기 유심 대행 의무, 자회사에 도매제공 용량 몰아주기 금지,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시장 합계 점유율 50%로 제한 등 조건을 걸었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9일 알뜰폰 활성화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KT스카이라이프가 들어오면 알뜰폰시장이 활성화되는 긍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알뜰폰시장이 기존 이통3사 계열 중심으로 집중화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해 불공정행위 재발 방지나 결합상품 외 가입자 순증을 위한 명확한 사업계획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알뜰폰업계가 KT스카이라이프의 시장 진출을 놓고 생존의 위기감을 호소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정부에 더욱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알뜰폰사업자 18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KT스카이라이프의 알뜰폰사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전달했다.

알뜰폰업계의 한 관계자는 “KT스카이라이프는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경쟁자라는 점에서 기존 사업자의 주인만 바뀐 LG헬로비전 때와 상황이 또 다르다”며 “KT스카이라이프가 기존 방송서비스와 알뜰폰 결합상품 등을 내놓고 오프라인 대리점 등을 통해 가입자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서면 중소사업자들은 상당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KT스카이라이프는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정책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주무부처와 더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