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이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맘'을 간암 1차 치료제로 병용하는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도 개발하기 쉽지 않았던 간암 치료제인 만큼 임상 진행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14일 에이치엘비에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병용요법을 통해 간암 1차 치료제 임상3상을 진행한다.

에이치엘비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맘을 간암 1차 치료제로 병용하는 글로벌 임상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글로벌3상 진행을 위한 국내 임상환자 모집률이 최근에 50%를 넘기며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시점이 돼 식약처로부터 임상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9년 2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글로벌 임상3상 신청을 승인받아 현재 임상이 진행 중이다.
 
리보세라닙은 이미 2019년 9월 위암치료제로 임상3상에 성공해 안전성과 효능을 어느 정도 검증받았다. 3차, 4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에 신약허가신청(NDA)도 추진한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을 위암 이외에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의 치료를 위한 임상도 진행하고 있는데 간암 치료에서는 리보세라닙과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맘의 병용요법을 통해 1차 치료제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에게 처음부터 쓸 수 있는 1차 치료제가 2차, 3차, 4차 치료제보다 시장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진 회장은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1차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

2차 치료제로서 리보세라닙의 효능은 어느 정도 확인됐다.

에이치엘비는 5월 미국 임상종약학회(ASCO)에서 리보세라닙 단독용법의 간암 2차 치료제 임상3상 결과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구두로 밝혔다.

에이치엘비의 중국 파트너사인 항서제약은 올해 3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간암 2차 치료제로 리보세라닙의 시판허가를 신청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데이터포캐스트에 따르면 글로벌 간암치료제시장 규모는 2024년 1조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간암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도 개발이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분야다. 연구용으로 간 조직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간암 환자의 대부분이 간경변 등 동반질환이 있어 복합적 치료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2007년에 독일 제약사 바이엘이 1차 치료제로 '넥사바(성분: 소라페닙)'를 개발한 뒤 2018년에야 일본 제약사 에자이의 '렌비마(성분: 렌바티닙)'가 미국과 유럽,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도 '옵디보(성분: 니볼루맙)'를 1차 치료제로 개발하려 했지만 임상3상에 실패해 결국 2017년에 식품의약국으로부터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바이엘의 '스티바가(성분: 레고라페닙)'는 2017년에, 프랑스 제약사 입센의 '카보메틱스(성분: 카보잔티닙)'는 2019년에 각각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2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신라젠도 2019년 8월 '펙사벡'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활용하는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처럼 글로벌 제약사도 단독용법의 간암 1차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면역항암제들을 병용하는 요법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올해 6월에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과 '아바스틴'의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했다.

에이치엘비도 이 같은 추세에 따라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맘 병용용법으로 간암 1차 치료제 임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올해 초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 신청과 함께 간암, 대장암, 위암 등 적응증 확대에 속도를 높이겠다"며 "5년 내 항암제 5개 출시보다 더 원대한 비전을 조만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