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으로 원전 해체기술을 확보하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 사장은 탈원전정책에 영향을 받아 줄어들 원전사업 이후에 원전 해체사업이 한수원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바라본다.
 
정재훈, 한수원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으로 새 성장동력 만들기 서둘러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13일 한수원에 따르면 최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안건이 통과되면서 원전 해체사업에 속도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이사회에서 설립안건이 통과 뒤에 페이스북을 통해 “무한긍정의 마인드로 원자력산업과 신재생에너지의 공존 그리고 생태계를 유지·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영구정지된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기술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인력양성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한수원이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다.

한수원은 고리 원전이 위치한 부산과 울산에 경수로 해체를 연구하는 연구소 본원을 설치하고 월성 원전이 있는 경주에는 중수로 해체를 연구하는 분원을 세운다. 

경수로는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를 말하며 중수로는 수소동위원소가 포함된 중수를 냉각재로 쓰는 원자로다.

한수원은 올해 비영리 별도법인을 설립하고 건축설계 등을 거친 뒤 2021년부터 연구소 공사에 들어간다. 연구소 건설사업에는 모두 3천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사업심의, 업무협약 등 원전해체연구소를 세우기 위한 준비작업을 거쳐 이번 임시이사회에서 설립안건에 관해 최종 승인을 얻었다”며 “한수원이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2019년 4월 기준으로 원전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가운데 16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원전 해체기술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 사장은 원전해체연구소를 통해 원전 해체기술을 확보하고 원전 해체산업의 성장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 사장은 취임 때부터 줄어드는 원전 건설 비중에 대응한 원전 해체사업을 한수원의 신사업으로 꼽았다.

정 사장은 2018년 취임식에서 “에너지 전환정책 등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원전 해체 역량 확보를 통해 새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원전 해체시장의 미래도 밝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원전 수는 약 450기다. 이 가운데 운영 연수가 30년 이상 넘어가 해체를 앞둔 원전은 68%인 305기에 이른다.

경제분석 컨설팅업체 베이츠화이트 따르면 원전 해체시장의 규모는 총 54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 사장은 올해 이화여대에서 진행한 특강에서 “원전 1기 해체 비용은 7500억~8천억 원으로 국내에서만 10조원 규모의 원전 해체시장이 열린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한수원이 추진하는 원전 해체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한수원의 원전 해체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방침에 따라 원전 해체를 육성하기 위한 ‘원전 해체산업 육성전략’을 마련했다.

원전 해체산업 육성전략은 국내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할 뿐만 아니라 원전 해체사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해 세계 원전해체시장을 선점하고 2035년까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0%와 시장 5위권 진입을 이뤄내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해체연구소가 완공되기 전이라도 인력선발, 장비투자, 기술실증 등을 통해 연구소 역할을 조기에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정 사장은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및 운영 업무협약을 관련 지자체와 맺으면서 “원전 해체연구에 기본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가고 정확한 실태조사를 한 뒤 기술 개발, 실증으로 나아가고 수출 기반과 인력 양성체제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