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가 뜨겁다.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사업도 흑자전환하며 지금보다 더 밝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배터리뿐만 아니라 화학, 전자소재, 바이오 등 LG화학이 진행하는 모든 사업에서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은 비전문가다.

그런 신학철 부회장이 어떻게 LG화학 배터리를 세계 최고로 올려놓았을까?

그는 최고의 자리를 계속 지켜낼 수 있을까?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강용규 기자

곽보현 (이하 곽) : 인물 중심 기업 분석 CEO톡톡. 안녕하십니까. 곽보현입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LG화학의 배터리사업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LG화학이 화학사업 뿐만 아니라 소재사업과 바이오사업 등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 가장 주목을 받는 사업은 배터리, 그 중에서도 전기차배터리입니다.

이런 LG화학의 배터리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신학철 부회장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런 주제들을 놓고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강용규(이하 강) :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입니다.

곽 :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을 이끈 뒤 LG화학 배터리사업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LG화학이 올해 1분기부터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데요. 신학철 부회장이 그동안 LG화학 배터리사업이 받아온 기대를 점차 성과로 바꿔내고 있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강 : 네. 신학철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올랐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차배터리시장은 테슬라에 독점공급하던 파나소닉, 거대 시장인 중국을 수요처로 삼은 CATL과 BYD의 3파전 구도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LG화학은 이들과 격차가 있던 4위 회사였고요.

그러던 LG화학이 올해 1월과 2월 앞선 세 회사와 격차를 좁히며 BYD를 제치고, CATL을 제치고, 1분기 기준부터는 파나소닉마저 제쳤습니다.

아직 2위 파나소닉 3위 CATL과 점유율 격차가 크지는 않습니다만 올해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 전기차배터리사업의 성장세를 본격화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곽 : 격차가 크지 않다면 지키기도 그만큼 쉽지는 않겠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이 이 시장 주도권을 지키고 사업을 계속 성장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펴고 있습니까?

강 :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저는 이 말이 신학철 부회장의 전기차배터리사업전략을 깔끔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LG화학뿐만 아니라 모든 배터리회사들은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시장 성장세에 걸맞은 생산능력 확대와 사업 수익성이죠.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은 공장의 증설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증설 공장의 안정화에 달려 있습니다.

곽 : LG화학 정도로 큰 회사라면 증설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증설 공장의 안정화라는 것은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생산 수율을 끌어올리는 문제도 있지 않습니까?

강 : 네. 제가 신학철 부회장의 전략을 놓고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라고 말씀드린 것은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의 폴란드 배터리 공장에서 그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데 도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LG화학은 지금 폴란드 공장에서 증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증설 라인에 차세대 생산설비인 광폭 고속 생산라인을 도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고요. 그런데 증설을 진행하면서도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곽 : 공장 증설기간에는 가동을 중단한다는 관념을 깨는 것을 공격적 전략이라고 말씀하신 것이군요.

그런데 LG화학의 폴란드 배터리공장은 유럽의 완성차회사들과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LG화학의 여러 배터리공장들 가운데서도 핵심 생산기지로 꼽히는 곳 아닙니까?

LG화학에게 중요한 곳인 만큼 좀 더 신중한 태도로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도 될 텐데요. 신학철 부회장이 굳이 어려운 길을 가는 이유가 뭔가요?

강 : LG화학 관계자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지금 배터리회사들은 물량전과 속도전을 같이 하고 있어요. 둘 중에 하나만 경쟁사에 밀려도 끝장이에요.”

저는 이게 신학철 부회장이 전기차배터리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증설을 추진하면서도 수요에 맞춰 생산해야 한다. 여기에 수익성까지 잡아야 한다. 도전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곽 : 상당히 의미심장한 도전이라고 생각됩니다. LG화학이 폴란드 공장의 생산 수율을 끌어올리는 문제는 앞으로 진행될 증설 이후 안정화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나, 공장의 생산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가늠자가 되지 않겠습니까?

강 : 맞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100GWh 수준에서 2025년 250GWh까지 키운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데요. 폴란드 공장의 수율 이슈가 앞으로 진행될 증설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LG화학이 기업설명회나 콘퍼런스콜을 진행할 때마다 폴란드 공장의 수율 이슈를 설명하는 것도, 기업설명회에 참여하는 증권사 연구원들이 이 이슈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곽 : 그렇군요.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이 배터리와 관련해 전문적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습니까? 양립이 어려운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낸다는 과감한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뭐라고 보십니까?

강 : LG화학은 사업본부별로 전문가들이 본부장을 맡아 주요 전략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지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종현 사장도 LG화학에서 소형전지사업부장과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거치면서 전문역량을 쌓았습니다.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전문가로 통하죠.

곽 : 그럼 대표이사로서 신학철 부회장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기술적 전문성이 아니라 조직운영이나 인사기용 등 큰 틀에서의 운영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강 : 신학철 부회장은 2020년 LG화학 임원인사를 통해 전지사업본부에 CPO라는 다소 생소한 직책을 신설했는데요. 번역하자면 최고 생산 및 조달책임자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 자리에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을 임명했습니다.

생산 관련활동을 기술 전문가에게 맡겨 사업본부를 이끄는 김종현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양수겸장의 인사죠. 운영능력을 통해 LG화학 전기차배터리사업의 효율을 끌어올린 수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곽 : 그렇군요. LG화학이 배터리사업에서 보여주는 공격적 사업전략,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운영적 조치.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 전기차배터리의 성장세를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공격적 전략이 배터리의 생산 그 자체에 국한돼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배터리회사들은 생산능력만큼이나 기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LG화학은 어떻습니까?

강 : 작년 LG화학은 연구개발에 전체 영업이익 8957억 원보다 많은 1조130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이 가운데 30%가 배터리 기술연구 투자였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은 최근 미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기술 개발은 우리의 생명선”이라며 “연구개발 투자를 계속 늘리겠다”고 말했는데요. 이와 함께 올해는 연구개발 투자를 1조3천억 원으로 늘리고 배터리 기술투자의 비중도 4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곽 : 신학철 부회장이 연구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데 특히 배터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점이 읽히네요.

최근 한국판 뉴딜에 전기차를 포함한 그린 모빌리티의 확대 계획이 포함돼 배터리가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린 모빌리티의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3사의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도 해당 그룹 총수들과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주목했던 미래 배터리가 어떤 것입니까?

강 : 미래 배터리는 전기차의 약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배터리들을 묶어 부르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곽 :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할 때 전기차는 짧은 주행거리와 짧은 수명이 약점으로 꼽힙니다. 배터리가 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만큼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배터리의 기술적 개선 가능성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군요.

강 :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먼저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출력을 높여야 합니다. 우선 현재 전기차배터리로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설명해 드려야겠네요.

배터리의 4대 핵심소재로 음극재, 양극재, 분리막, 전해질이 꼽히는데요.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전해질과 분리막을 통해 음극재와 양극재 사이를 오가며 전류를 발생시키는 배터리입니다. 이 가운데 배터리의 출력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소재는 양극재입니다.

곽 :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배터리기술은 배터리 양극재 기술이겠군요.

강 : 네. 한국 배터리3사는 모두 니켈, 코발트, 망간을 조합해 만든 NCM양극재를 배터리에 탑재하고 있는데요. 현재 전기차배터리에 가장 많이 쓰이는 양극재는 세 재료를 각각 5:2:3 비율로 조합한 NCM523 양극재와 6:2:2로 조합한 NCM622 양극재입니다.

중요한 것은 양극재에 들어간 니켈의 함량을 늘릴수록 배터리 출력이 높아진다는 점과 세 재료 가운데 배터리 안정성을 높여주는 코발트가 가장 희귀한 광물로 가격이 비싸다는 점입니다. 망간은 코발트의 기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 배터리3사는 모두 NCM811 양극재를 개발한 상태입니다. 니켈의 함량을 늘려 배터리 출력을 개선하면서도 적은 양극재만으로 배터리를 안정화해 원가까지 절감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뜻입니다.

곽 : 그렇군요. 그런데 배터리3사가 모두 NCM811 양극재를 개발했다면 LG화학이 딱히 뛰어난 부분은 없는 게 아닙니까?

강 : 아닙니다. LG화학은 니켈의 함량을 90%까지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5%까지 낮춘 대신 망간과 함께 알루미늄까지 조합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NCMA 양극재의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양극재를 탑재한 배터리를 2022년부터 제너럴모터스와 설립한 배터리 합작법인에서 양산한다는 계획도 세웠는데요. 계획대로 양산에 성공한다면 LG화학은 니켈 함량 90%의 양극재를 탑재한 배터리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양산하게 됩니다.

곽 : 신학철 부회장의 강력한 연구개발 투자 의지가 이런 기술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강 : 맞습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다른 미래 배터리가 나오기 전까지 NCMA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더 개선할 여지도 있다”며 “LG화학은 기술적 측면에서도 의미 있게 산업계를 리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곽 : 그럼 전기차의 수명이 내연기관차보다 짧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보죠. 이건 배터리의 성능 저하와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긴 수명의 배터리를 장수명배터리라고 합니다.

강 : 네. 일반적으로 리튬이온배터리는 완전 방전 뒤 충전을 기준으로 500회를 충전한 뒤부터 배터리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이 때문의 일반적으로 주행거리 30만 km를 전기차의 수명으로 보며 이 뒤로는 배터리 교체가 필요합니다. 

곽 : 주행거리 30만 km. 국내에서 일반 승용차로 따졌을 때는 상당히 긴 거리이긴 합니다만 해외에서는 30km 이상 주행한 자동차들도 중고차 시장에서 적지 않게 팔리고 있습니다.

전기차 수요가 해외에서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회사들은 배터리 수명과 관련해 고민을 안고 있겠군요.

강 : 맞습니다. 게다가 국내에서도 승용차로 따졌을 때나 상당히 긴 거리이지 전기버스나 전기트럭 등 상용차로 눈을 돌리면 주행거리 30만 km는 긴 거리로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해외에서도 상용차는 더 긴 주행거리를 필요로 합니다.

곽 : LG화학이 배터리 수명과 관련해서도 업계를 이끌고 있습니까?

강 : 배터리 수명과 관련해서는 중국 CATL이 두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쩡위췬 CATL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배터리 수명을 기존보다 5배가량 늘린 장수명배터리의 개발을 마쳤으며 언제든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CATL이 테슬라의 배터리 납품처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배터리업계는 테슬라가 CATL의 장수명배터리 기술에 주목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곽 : 테슬라는 원래 파나소닉이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이 독점구조를 처음 깬 것이 LG화학 아닙니까? 신학철 부회장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겠습니다.

강 : LG화학은 지난달 현대기아차와 손잡고 배터리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발굴에 나섰습니다. 고려대학교와 미래 배터리의 연구개발협력을 맺기도 했고요. 잇따른 연구개발 강화 움직임이 말씀하신 위기감의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곽 : 그렇군요.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한 전기차의 약점으로 주행거리와 수명을 이야기했는데 사실 전기차만의 약점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언급되는 개선점이 있습니다. 바로 배터리의 폭발 위험인데요.

전기차에는 팩 형태의 배터리가 수십 개 들어가고 원통형배터리의 경우에는 수천 개가 들어갑니다. 이들 가운데 하나만 폭발해도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전고체배터리가 이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배터리라고 여겨지고 실제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전고체배터리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전고체배터리는 어떤 배터리입니까?

강 : 전고체배터리는 전해질로 고체물질을 쓰는 배터리입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폭발 위험은 전해질이 액체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이 전해질로 액체가 아닌 고체 물질을 활용할 수 있다면 전해질의 안정성이 굉장히 높아져 폭발 위험도 크게 낮아집니다. 배터리가 담을 수 있는 전력량도 늘어요.

때문에 배터리업계에서는 전고체배터리를 ‘꿈의 배터리’라고 부르며 대체로 2025년~2030년 사이에 전고체배터리가 상용화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합니다.

LG화학도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양산 공정을 활용할 수 있는 전고체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곽 : 단순히 배터리를 많이 생산해 많이 파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 기술이 담긴 배터리를 만들어야 한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적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야기한 공격적 사업전략이나 연구개발역량은 LG화학 배터리사업의 당면 과제나 세부적 전략에 대한 이야기였죠.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 배터리와 관련해 그리는 큰 그림과 그를 위한 전략도 궁금합니다.

강 : 신학철 부회장은 2024년 LG화학의 매출 50%를 배터리에서 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 잘 알려져 있는데요. 결국 배터리를 LG화학의 현재 주력사업인 석유화학보다도 크게 키워내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신학철 부회장이 전기차 밸류체인의 트렌드인 ‘협업’을 주도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곽 : 말씀하신대로 전기차 밸류체인의 트렌드는 협업입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처럼 완성차회사가 차량의 모든 것을 다 만들 수가 없지 않습니까? 내연기관 엔진과 배터리의 기술적 결이 다르고 완성차회사들이 그동안 배터리 제조사들이 쌓아온 역량을 따라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강 : 말씀대로입니다. 게다가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핵심소재들도 있죠? 배터리 제조사들도 어느 정도 핵심소재의 역량을 내재화해 가고 있지만 아직 소재 전문 제조사들의 기술력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전기차 밸류체인 가운데 배터리와 관련한 밸류체인의 흐름만 살펴봐도 전기차의 플랫폼을 보유한 완성차회사와 배터리를 공급하는 배터리회사의 협력, 배터리회사와 배터리 소재회사의 협력, 배터리 원재료로 쓰이는 광물들을 확보하기 위한 완성차회사 배터리회사 소재회사의 협력, 이처럼 다차원적 협력이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곽 : 최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제조사들을 잇따라 만나며 이런 협업 트렌드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요. 신학철 부회장의 협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강 : 가장 먼저 짚어야 할 협업은 역시 LG화학과 GM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입니다.

이 합작법인을 통해 LG화학이 가장 먼저 NCMA 배터리를 양산하는 기술 리더십을 내보일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전기차 전략을 공격적으로 펴는 글로벌 완성차회사와 배터리회사의 파트너십이라는 상징성도 큽니다.

신학철 부회장이 미국 미시간의 GM 글로벌테크센터를 직접 찾아 메리 바라 GM 회장과 직접 계약서에 서명했을 만큼 두 회사 모두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는 협업입니다.

곽 : 완성차회사와 배터리회사의 배터리 합작법인은 유럽에서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죠. 폴크스바겐과 노르웨이 노스볼트의 합작법인이 유명한데요.

LG화학은 그동안 기술 유출의 위험성 때문에 완성차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주력했을 뿐 완성차회사들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제안을 거절해오지 않았습니까? 

강 : 전임 박진수 대표이사 부회장 시절까지는 그랬죠. 당시까지만 해도 전기차와 배터리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었을 뿐 성장세가 본격화한 시장까지는 아니었기에 LG화학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었다고 봅니다.

신학철 부회장은 두 사업의 시장이 본격화하는 변화의 시점에 LG화학을 이끌게 됐고 시장 변화에 발을 맞추기 위해 협업을 적극 고려하는 방향으로 LG화학 배터리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곽 : 신학철 부회장이 보여준 협업이 더 있습니까?

강 : 배터리 관련 협력사들과의 협업을 들 수 있겠죠. 신학철 부회장은 작년 11월 배터리부품회사 동신모텍과 배터리장비회사 신성에프에이를 직접 찾았던 일이 있는데요. 이 때 그 유명한 말이 나왔죠.

당시 신학철 부회장은 “전기차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릴 만큼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사업이다”고 말했습니다.

이 무한한 잠재력의 사업을 재패하기 위해 신학철 부회장은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이 가장 중요한 만큼 협력사들이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올해 4월 LG화학이 협력사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1천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기 집행하면서 이 약속을 지켰습니다.

곽 : 협력사를 지원하면서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사업역량까지 키우는 좋은 협업이라고 생각됩니다.

강 :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LG화학은 배터리 양극재의 재료 광물 가운데서도 가장 희귀한 코발트를 조달하기 위해 중국 화유코발트뿐만 아니라 포드, IBM 등 회사들과 손을 잡고 코발트의 투명성을 검증하는 플랫폼도 구축했습니다.

곽 : 투명성을 검증한다? 코발트가 희귀한 광물이라면 수급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닙니까?

강 : 코발트는 글로벌 매장량의 60%가 콩고민주공화국에 묻혀 있습니다. 그런데 콩고민주공화국이 내전으로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 코발트를 채굴하는 데 아동 노동을 착취하는 등 문제가 최근 광물시장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국제연합 주도로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를 분쟁광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요. 분쟁광물로 지정되면 코발트의 사용이나 국제거래가 제한됩니다.

LG화학이 코발트의 투명성을 검증하기 위해 구축한 협업관계는 혹시나 코발트 수급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한 움직임이기도 한 셈입니다.

곽 : 신학철 부회장의 협업전략에 그야말로 빈틈이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LG화학 배터리사업과 관련해 신학철 부회장의 전략으로 증설과 관련한 공격적 움직임, 기술과 관련한 투자, 협업을 통한 밸류체인 단위의 역량 강화. 이 정도를 살펴봤는데요.

이런 모든 것이 잘 조화가 됐기 때문에 LG화학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점유율 1위에 올라설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아직 LG화학의 주력사업은 엄연히 석유화학이고 석유화학과 배터리 말고도 큰 사업으로 전자소재사업이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신학철 부회장이 배터리 이외의 사업을 어떻게 키워가고 있는지, 그리고 왜 배터리를 키울 수밖에 없는지, 이런 더 큰 이야기를 폭넓게 나눠보는 시간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