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자동차 침수피해가 늘어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에 부담을 안게 됐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차량운행 감소로 상반기에는 손해율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장마와 함께 폭우가 계속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손해보험사, 긴 장마와 집중호우에 따른 차량침수로 실적 먹구름 가득

▲ 폭우가 쏟아진 8월7일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 문흥성당 인근 도로에 물이 가득차 차량들이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보험시장의 8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손해보험사 4곳의 8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9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사고가 난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대비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의 비율을 말한다. 

손해율이 90%면 보험사가 100원을 받아 90원을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다.

사업비용 등을 고려할 때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이 78~80%인 만큼 90%가 넘는 손해율은 손해보험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적정 수준을 넘어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그동안 손해보험사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손해율이 90%를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장마가 길어지고 집중호우가 잇따르면서 자동차 침수피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자기차량손해담보에 가입했다면 손해보험사로부터 침수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장마가 시작된 이후 7월9일부터 8월4일까지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등에 따른 보험금 청구는 4412건으로 추정액은 471억 원가량이다.

한 달여 동안의 피해액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전체 손해액 343억 원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에는 7월부터 10월까지 다나스, 링링, 타파, 미탁 등 태풍 4개가 발생했다.

4일 이후에도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은 데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태풍 피해까지 겹친다면 피해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차량운행이 줄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감소라는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이번 집중호우에 따른 손해율 증가가 상반기의 반사이익을 모두 지우고 실적에 먹구름도 안길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삼성화재 상반기 누계 손해율은 84.2%로 지난해 같은 기간 87%보다 2.8% 포인트 감소했다. 현대해상은 83.9%로 지난해 상반기 손해율 86.4%과 비교해 2.5% 포인트 감소했다. DB손해보험은 83.4%로 지난해보다 3.2% 포인트 줄었다. KB손해보험은 83.5%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3% 포인트 감소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재택근무가 늘고 야외활동을 자제하면서 자동차사고 발생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손해율이 감소한 것으로 바라본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 4곳의 상반기 자동차사고 접수건수는 모두 153만1238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159만1582건 보다 3.8%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포인트 감소하면 보험사들은 1500억 원가량 손실액을 줄일 수 있다고 여겨진다. 손해율이 3%포인트 줄어들면 연간 약 4500억 원의 손실을 더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요 손해보험사의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해보다 3%가량 줄면서 실적 개선의 기대감을 높인 바 있지만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며 “코로나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이 야외활동을 늘리고 있고 이번 집중호우를 비롯해 앞으로 다가올 태풍까지 고려한다면 상반기에 낮아졌던 손해율이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