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플랜B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으로 기울어, 책임전가 지리한 소송전 불가피

▲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산업은행이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거부한 데 이어 계약 무산과 책임 소지 등을 들면서 채권단도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이후를 사실상 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구를 거절한 이유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지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충분한 자료를 제공했던 만큼 재실사 요구는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구실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제 남은 절차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최종 의사결정이다.

조만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인수 포기를 밝힐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동걸 회장이 8월11일까지 결단을 내리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상황에서 또 다시 다른 이유로 재실사를 요구하거나 계약종료일을 미루기엔 정 회장에게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계약 파기를 공식화하면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의 계약금 반환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양쪽 모두 책임을 상대방에게 완전히 넘기고 있는 만큼 책임 여부를 놓고 한동안 양쪽의 지리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은 계약 당사자가 아닌 만큼 소송대상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계약 무산 위험과 관련해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원인을 제공했으니 소송을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실상 기선 제압에 들어갔다.

소송과 동시에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관리절차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채권단이 관리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부실 자산을 정리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코로나19가 잠잠해졌을 시기에 시장에 재매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재매각 시기가 언제가 될지, 적절한 인수자가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일단 산업은행은 대형 사모펀드나 대기업 등 여러 가능성을 모두 열어뒀다.

최대현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동성 지원이나 영구채 주식전환 등 채권단 주도 경영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경영 안정 뒤 LCC(저비용항공사) 분리 매각 등 구체적 관리방안은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하겠다”고 했다.

그는 영구채 외 다른 대출채권의 출자전환 여부나 규모, 금호산업 측의 감자 등 구체적인 플랜B의 내용에 대해선 “추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