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디지털인재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비대면거래가 활성화되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이른바 빅테크로 대표되는 IT기업들이 금융산업에 파상공세를 펼치면서 무엇보다도 인재를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디지털인재 확보 '총성 없는 전쟁', 은행업 본질이 바뀐다

▲ 금융권이 디지털 인력에게 채용문을 활짝 열면서 금융권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올해 들어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인력을 80명 넘게 외부에서 영입했다.

올해 초에는 ‘AI혁신센터’도 새로 꾸렸는데 AI혁신센터에서 근무할 전문가도 20명가량 추가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AI혁신센터를 이끌고 있는 구태훈 센터장 역시 한국테라데이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을 거친 외부 출신 전문가다.

KB국민은행은 2025년까지 4천 명의 디지털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라 신규채용은 물론 외부영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에서 데이터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윤진수 전무도 금융권 출신이 아니다. 윤 전무는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다 현대카드로 옮겼고 2019년 KB국민은행에 영입됐다.

다른 은행들 역시 공격적으로 디지털인재 영입에 앞장서고 있다.

신한은행이 외부에서 데리고 온 디지털 전문가도 70명이 넘는다. 이들은 기존 신한은행 인력들과 협업을 통해 신규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들이 내부인력을 키우는 것보다 외부인력 수혈에 나서는 이유는 데이터나 인공지능 관련 업무를 외주에 맡기는 기존 방식으로는 자체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핵심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하려면 관련 인재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네이버나 카카오로 대표되는 이른바 빅테크기업의 금융산업 공세에 맞서려면 금융이라는 틀 안에서 사고하는 인력보다는 아예 은행업의 본질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헤드헌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금융 전환에 필요한 인력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오픈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관련 직무는 지속적으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다른 산업분야에서 금융시장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재양성과 별개로 전 직원이 디지털로 무장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은행장 포함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딩교육을 실시하는 은행도 있다. 결국 의사결정권자들이 코딩을 이해해야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마디로 ‘덧셈을 알아야 곱셈, 뺄셈 나눗셈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입공채에서도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인력을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딩평가를 추가하는 은행도 하나둘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우리은행은 디지털·투자은행(IB) 채용에서 디지털·IT부문 지원자를 대상으로 코딩능력을 평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올해 수시채용 중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온라인 코딩능력 테스트를 도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