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생명과학이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2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업 가운데는 처음이다.

손기영 대표이사는 미국의 자금지원도 예정된 만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금전적 부담을 덜 수 있다.
 
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대표이사.

▲ 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대표이사.


30일 엔지켐생명과학에 따르면 늦어도 8월 중순에는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미국 임상2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EC-18'은 엔지켐생명과학이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EC-18'은 면역조절 플랫폼이 탑재돼 다양한 적응증에 관하여 치료제로 연구개발되고 있다.

손 대표는 7월1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EC-18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시험계획 신청을 마쳤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검토 기간이 통상 1달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8월 중순 안에는 임상2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 대표는 "이번 임상2상은 코로나19 폐렴에 따른 급성호흡곤란 증후군 치료제로서 EC-18의 안전성과 효능을 신속히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에 앞서 5월에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생의학연구 개발청(BARDA)에 '코로나19 의료대응조치(MCM) 프로그램' 참가를 신청했다. 프로그램 참가 신청시점에서 3개월의 검토기간을 거친 뒤 코로나19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받게 된다. 지원받는 자금규모는 약 4천만 달러(47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지켐생명과학에 따르면 이 자금은 EC-18의 미국 임상2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난 뒤 cGMP 인증을 받은 공장에 위탁생산하는 데 활용된다. cGMP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인정하는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이다.

미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cGMP 인증을 받은 생산시설에서 제조돼야 하는데 엔지켐생명과학은 아직 미국 내 cGMP 인증 공장이 없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미국 내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만큼 임상2상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임상2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조건부 판매허가, 긴급사용 승인(EUA), 패스트트랙(신속허가대상) 절차 등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가 미국 내 전문가도 영입해 임상시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대표는 5월에 카메론 로버트 울프 미국 듀크대학교 의대 교수를 EC-18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책임자(PI)로 영입했다. 

울프 교수는 중등도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렘데시비르 임상3상, 적응형 코로나19 치료 시험 등을 연구했다. 최고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전문가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만큼 EC-18의 미국 임상2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울프 교수는 6월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 대담'에서 "코로나19의 진정한 치료약은 사이토카인 폭풍 같은 과잉면역반응을 억제하는데 효과를 보이는 약물이어야 한다"며 "EC-18은 과도한 염증과 면역반응을 해소해 인체의 면역기능을 빠르게 돌려놓는 작용기전이 탑재된 만큼 코로나19 치료제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5월12일에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2상을 승인받아 현재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등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임상2상은 당초 9월이면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국내 코로나19 환자 수가 감소하며 임상대상 환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임상 진행 속도가 더뎠다"며 "하지만 올해 안에는 임상2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EC-18에 관하여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항암 화학방사선 요법 유발 구강점막염, 호중구 감소증, 급성방사선 증후군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