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항암제시장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당뇨 신약 기술반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기술수출한 항암신약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한다면 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권세창, 한미약품 항암신약 3개 글로벌 상용화 바라본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권세창 사장이 항암제 개발에 주력해왔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항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항암 신약 후보물질은 모두 14개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호중구 감소증 신약인 ‘롤론티스’는 상용화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만을 남겨두고 있다.

호중구 감소증이란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하는 호중구가 항암 치료로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면서 세균 감염에 취약해지는 질병이다.

한미약품은 2012년 롤론티스를 글로벌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했는데 글로벌 임상3상까지 성공적으로 마쳤고 올해 10월2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따라서 3분기에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한미약품 롤론티스 생산공장을 실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롤론티스가 판매허가를 받는다면 미국에 진출하는 한미약품의 첫 번째 신약이자 국내 최초의 글로벌 바이오신약이 된다.

권세창 사장은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독자적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약품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기술)가 적용된 바이오신약 가운데 글로벌 상용화 단계에 가장 근접해 있다”며 “롤론티스의 성공을 기반으로 제약 강국을 향한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롤론티스의 판매허가는 글로벌제약사들이 장악하던 세계 항암제시장에 국내 제약사도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시장 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현재 1230억 달러(약 147조 원) 수준인 세계 항암제시장 규모는 2024년 2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한 글로벌 항암제는 전무하다.

또 롤론티스의 미국 출시는 한미약품의 실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롤론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의 판매허가를 받으면 당장 한미약품은 1천 만 달러(약 124억 원)의 단계별 수수료(마일스톤)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제품이 출시된 뒤에는 한미약품이 롤론티스 원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매출에 따라 매년 일정한 기술료도 받을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판매수익의 약 15%를 한미약품이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시장은 미국에서만 4조 원 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미국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시장은 암젠의 ‘뉴라스타’가 오랫동안 독점하고 있다. 신약으로서는 롤론티스가 거의 15년 만에 첫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만큼 약효에 따라 의료진과 환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 터전 스펙트럼 사장은 “롤론티스는 가장 혁신적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가 될 것”이라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경구용 항암신약 ‘오락솔’도 미국 식품의약국에 신약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1년 미국 바이오제약기업 아테넥스에 항암 신약 후보물질 오락솔을 기술수출했다. 오락솔은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바꾸는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가 적용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오락솔의 신약 허가 신청은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정보다 지연될 수 있다"며 "우선은 롤론티스의 허가를 받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지오티닙과 오라테칸, 오라독셀 등 3종류의 항암 신약 후보물질은 임상2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포지오티닙은 글로벌 임상2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도출해 임상3상에 들어가기 전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항암신약 후보물질 3종이 동시에 미국 식품의약국의 판매허가 심사를 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5월14일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반환하겠다는 의향을 통보받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해에도 몇 차례 기술이전이 무산됐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컸다.

하지만 항암신약에서 연이어 성과를 낸다면 국내 신약개발에서 선도자 역할을 했던 한미약품의 명성은 다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의 롤론티스와 오락솔이 미국에서 판매허가를 받는다면 2021년부터 두 자릿수 기술료가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며 “2021년부터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부문에서 반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