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가 전기차시대에도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이어갈 수 있을까?

미국 테슬라가 한국 전기차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상황에서 본격적 점유율 경쟁은 현대차그룹이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를 내놓는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전기차시장도 테슬라 돌풍, 현대차 기아차 내년 본격 대결 별러

▲ (왼쪽부터) 테슬라 모델X, 모델3, 모델S.  


26일 자동차 데이터회사인 카이즈유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상용차를 제외한 국내 승용차와 레저용차량(RV)을 합친 순수 전기차(EV)시장에서 미국 테슬라에 1위를 내주고 처음으로 2위로 내려왔다.

현대기아차는 2019년에는 코나EV와 니로EV, 그 이전에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을 앞세워 순수전기차 판매량이 1만 대를 넘은 2017년부터 줄곧 국내 전기차시장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세계 전기차 1위 테슬라의 위세는 한국에서도 통했다.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X, 모델S 등 올해 상반기 한국 자동차시장에 모두 7079대가 새로 등록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포터2 전기차와 봉고 전기차 등 상용차를 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등록대수 6964대를 근소하게 앞섰다.

테슬라 판매는 모델3가 이끌었다.

모델3는 상반기 국내 자동차시장에 6839대가 등록됐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대표 전기차인 코나EV와 니로EV를 합친 6020대보다 10% 이상 많았다.

테슬라 모델3는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한 번 충전으로 400km 이상을 주행하는 제품 경쟁력과 보조금이 더해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전기차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델3 인기 트림(등급)인 ‘롱체인지’ 가격은 6천만 원대이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보조금을 받으면 실제 구매금액은 4천만 원대로 내려간다.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하반기에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규모의 전기차 ‘모델Y’를 한국에 출시하면 판매량이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을 고려해 볼 때 한국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모델Y 롱체인지 모델의 구입가격은 5천만 원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전기차시장은 테슬라뿐 아니라 아우디, 르노, 쉐보레,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전통적 내연기관 강자들도 제품군을 확대하며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아우디는 7월 ‘e-트론’을 선보이며 한국 전기차시장에 진출했고 포르쉐는 연말 전기차 ‘타이칸’을 출시한다.

현대기아차는 수입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시장에서 현재 70%가 넘는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시장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선보이는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을 활용한 전기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최근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차세대 전기차가 출시되는 내년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전기차시장도 테슬라 돌풍, 현대차 기아차 내년 본격 대결 별러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14일 고양 모터스튜디오에서 화상연결 방식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현대차그룹의 그린뉴딜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시장에서도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내년 2월 차세대 전기차인 NE(프로젝트명)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NE는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신차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내년에 정부 보조금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판매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고가의 차량을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출고가를 기준으로 보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기준선이 얼마로 책정되느냐에 따라 고가의 수입 전기차나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전기차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시장은 코로나19에도 오히려 판매가 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로부터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현대기아차가 차세대 전기차를 내놓는 내년부터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점유율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기차시장은 애초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시장 확대에 13조1천억 원의 국비를 투입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전기차 충전을 위한 급속충전기 1만5천 대와 완속충전기 3만 대를 설치하고 전기차 보급을 지금보다 12배 많은 113만 대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