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롯데칠성음료 총괄대표가 음료부문와 주류부문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음료의 경쟁력을 주류까지 확장시킬 수 있을까?

22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음료와 주류 두 사업부문은 현재 물리적 통합작업을 진행 중인데 예상보다 속도가 더딘 것으로 파악됐다.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음료 주류 '한 지붕 한 가족' 만들기 더뎌 '답답'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통합대표이사.


이 대표가 음료와 주류를 총괄하면서 통합체제가 출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고 실제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부문인 물류와 생산, 영업에서는 생각만큼 속도를 내는 못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통합작업 진행과 함께 디지털 전환으로 일선 영업조직의 전문성과 효과성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음료사업에서 먼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얻은 노하우를 주류사업에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는 통합 이후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최소화하려는 이영구 대표의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롯데칠성의 14개 공장 가운데 이제 막 안성공장 1곳의 디지털 전환이 끝난 상황”이라면서 “완전한 디지털 전환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2월 이영구 총괄대표 중심으로 통합체제가 출범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조직을 한 가족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음료와 주류에 따로 흩어져 중복되는 기능과 조직을 수뇌부를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작업이 이뤄졌지만 상부 판단과 달리 일선조직의 사정은 녹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 부문이 속해 있는 음료와 주류 산업에 공통점만큼이나 차이점도 많기 때문이다.

음료와 주류는 마시는 제품이라는 점, 여름이 성수기라는 점 등은 같다. 하지만 핵심고객층과 판매방식이 다르고 산업에 적용되는 법이 다르다.

사실상 코카콜라와 롯데칠성이 양분하고 있는 음료시장과 달리 주류시장은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를 필두로 무학, 보해양조 등 굵직한 국내외 경쟁자들이 참여하는 경쟁시장이다.

롯데칠성음료의 두 사업부문은 각자 속해 있는 시장의 지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음료부문은 국내 음료시장에서 점유율 40%로 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주류부문은 후발주자로서 막대한 적자를 안고서 도전하는 입장에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약 20%, 맥주시장 점유율은 5% 미만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주류부문에서 맥주사업은 존폐위기에 놓여있고 맥주사업에서 발생한 손해가 롯데칠성음료 재무건정성에도 부담을 안기고 있다.

주류부문은 2017년 말 영업손실 394억 원을 낸 뒤로 2019년 영업손실이 589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수년째 적자의 늪에 빠졌다.

음료와 주류의 통합은 이 대표가 주류부문의 어려움을 타개하고 롯데칠성음료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린 선택이었다. 통합을 통해 성공적 음료부문의 DNA를 주류부문에도 이식한다는 의도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음료부문은 롯데칠성음료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업부문이 통합 이후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의 통합작업을 주도하는 쪽은 아무래도 음료부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음료부문이 중심이 된 새 조직이 주류업계 영업을 효과적으로 펼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을 시스템 현대화를 통해 극복한다는 방안을 짠 것으로 보인다. 

통합 이후 일선 영업조직이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일상적 업무를 자동화하고 마케팅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중복되는 부분을 줄이고 양 부문 사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통합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영업부문은 음료와 주류 영업이 전혀 달라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