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 주주연합(주주연합)의 자금흐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주주연합에서 그나마 자금조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반도그룹마저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위기감이 감돈다.
 
한진칼 노리는 주주연합 자금조달 난기류, 구심점 반도그룹도 벅차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부터)과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22일 항공업계에서는 주주연합이 이례적 자금조달 흐름을 보이고 있어 향후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추가적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 산하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중소기업 파스텍으로부터 한진칼 주식 0.17%를 담보로 20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파스텍은 전자장비 제조업체로 2019년 기준으로 매출 165억 원, 영업이익 36억 원을 거둔 중소기업이다. 

사모펀드인 KCGI가 금융권이 아닌 일반 중소기업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이례적 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KCGI가 한진칼을 향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것을 두고 부담을 느낀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런 자금조달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또 공시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도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에게 한진칼 지분 0.49%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금융권을 통한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5억 원을 이자율 6.8%에 빌린 것으로 파악된다. 조 전 부사장은 최근 있었던 한진칼 신주인수권부사채 청약에 참여하지 않았고 6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를 내야 해 이와 관련된 돈을 융통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주주연합에서 자금력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는 반도그룹도 사정이 좋지 않다.

반도그룹은 최근 6개월 동안 한진칼 지분을 10% 넘게 늘리면서 주주연합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KCGI는 지분을 1% 가량 늘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으로 본업인 건설업에서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20년 5월 전문건설공사 전체 수주규모는 4월보다 15.1% 줄어든 6조9630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미 4월 종합건설업 수주가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3분기 수주동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6·17부동산대책과 7·10부동산대책을 내놓고 있어 건설업계는 반도건설을 비롯한 중견건설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건설업계는 올해 국내 건설수주가 지난해 166조 원보다 6.1% 감소한 155조9천억 원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반기에는 부동산 규제를 피하기 위한 민간주택 수주가 발생해 2019년보다 3.1% 가량 감소했으나 하반기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8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탓에 감소폭이 8.4%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반도건설은 올해 4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시도했으나 거절됐는데 계열사 자금 차입에 따른 재무부담이 커진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반도건설은 이와 관련해 “한진칼 주식담보대출이 안되는 것은 반도그룹의 신용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담보물건인 한진칼의 신용도가 낮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연합은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주주연합 관계자는 “자금을 융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반드시 금융권을 전제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법은 없다”며 “현재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는 만큼 앞으로도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