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2분기 실적을 끌어올린 데 이어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확장 전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을 넘고 국내 은행 순이익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이뤄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KB국민은행 해외 인수합병으로 은행 1위 굳히기, 신한은행 추격 치열

▲ 허인 KB국민은행장(왼쪽)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2일 "KB금융은 2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순이익을 내 확고한 '리딩뱅크'로 위엄을 보였다"며 "KB국민은행 실적이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KB국민은행은 2분기 순이익을 6604억 원으로 1분기와 비교해 12.6% 늘리며 KB금융지주 실적 증가를 주도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불황과 금리 하락 등 영향이 2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돼 은행계열사 전반에 큰 타격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실적이 대폭 늘어나며 성장성을 증명했다. 

KB국민은행이 4월 인수한 캄보디아 소액대출은행 프라삭 지분 70%에 해당하는 순이익이 2분기 실적에 반영돼 성장에 힘을 보탰다.

KB국민은행은 8월 중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67%를 인수하는 계획을 확정한 만큼 앞으로 연결기준 순이익이 더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KB국민은행은 코로나19를 극복하며 대출 증가에 힘입어 좋은 실적을 봤다"며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도 장기적 이익 안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KB국민은행이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하며 국내 은행 순이익 1위로 입지를 더욱 굳히면서 신한은행의 긴장감도 커지게 됐다.  

신한은행은 장기간 KB국민은행을 제치고 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2017년과 2019년 연간 순이익에서 선두를 내주며 최근 들어 치열한 순위싸움을 벌이고 있다.

올해도 KB국민은행에 연간 순이익 1위를 내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이 2분기를 포함한 올해 실적에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충당금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 원금 50% 배상을 위한 대규모 충당금도 반영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계기로 신한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투자상품 등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투자를 활발하게 벌이기 어려워진 점도 경쟁에 불리해진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과 같이 해외시장에서 인수합병과 지분투자 등 공격적 방식으로 영업망을 확장하는 일도 어려워지고 있다.

신한은행 해외사업에서 비중이 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지역에서 코로나19로 영업점을 새로 개설하는 등 영업망을 넓히려던 계획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베트남 영업점 5곳을 개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해 이런 계획을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현지 은행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영업망 확대를 노리던 인도네시아 지역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어 사업 확대를 추진하기 쉽지 않다.

KB국민은행이 인수합병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키우고 있는 것과 달리 신한은행은 추가 투자를 벌이거나 인수합병을 벌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사업 관련한 계획이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이 현지 은행을 인수한 캄보디아는 코로나19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인도네시아 은행은 이미 KB국민은행에서 지분을 일부 들고 있어 인수합병을 추진하기 비교적 쉬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이 주춤하는 사이 KB국민은행이 해외 인수합병에 속도를 낸 성과로 성장성을 높인다면 신한은행의 순이익 1위 탈환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다만 신한은행이 최근 하나은행과 해외시장에서 공동 지분투자와 인수합병 등을 추진하기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은 점은 긍정적으로 꼽힌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KB국민은행보다 해외사업 경험과 네트워크가 풍부하기 때문에 협력으로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인수 등 투자를 공동으로 추진해 자금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과 인도네시아 법인이 순이익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신한은행에서 추가 투자를 벌이지 않아도 충분히 해외사업에서 성장성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