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호 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가 그린뉴딜정책에 힘입어 국내 태양광시장에서 실적 회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강 대표는 올해 미국 태양광시장 공략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코로나19 확산에 미국의 태양광 수요가 줄어 고전하고 있었다.
 
현대에너지솔루션 미국 태양광 막혀 고전, 강철호 그린뉴딜 반갑다

▲ 강철호 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2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해보면 한국판 그린뉴딜에 따라 앞으로 국내 태양광시장의 제품 수요가 늘면서 현대에너지솔루션의 국내시장 제품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그린뉴딜을 통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의 합계 누적 설치량을 2019년 12.7GW(태양광 11.2GW, 풍력 1.5GW)에서 2022년 26.3GW, 2025년 42.7GW로 대폭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2019년의 연 2~3GW에서 30% 이상 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풍력과 비교해 태양광산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월등히 높은 만큼 국내 그린뉴딜은 태양광 설치수요를 중점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국내 매출비중이 큰 태양광모듈 제조사들의 수혜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이 2019년 전체 매출의 75.9%를 국내시장에서 낸 만큼 강철호 대표는 그린뉴딜에 힘입은 국내 태양광시장의 성장이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이 8월부터 태양광모듈 신공장의 양산 가동을 시작해 강 대표도 국내 태양광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신공장 완공으로 태양광모듈 생산능력이 기존 600MW에서 1.35GW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뿐만 아니라 신공장에서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대면적 태양광모듈 신제품을 생산한다. 국내 태양광업계는 신공장을 통한 현대에너지솔루션의 생산능력 증대만큼이나 이 신제품에도 주목한다.

이 제품은 가로 166mm, 세로 166mm 길이의 대면적 태양광셀로 만든 고출력·고효율 태양광모듈이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단면형 제품보다 최대 25%가량 발전효율이 높은 양면형 제품도 함께 개발했다.

과거 국내 태양광시장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효율도 낮은 중국산 태양광모듈을 선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 등 태양광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비싸더라도 효율이 높은 태양광모듈을 선호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시장의 수요 변화에 현대에너지솔루션도 대구에서 열린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에 참가해 대면적 양면형 태양광모듈 등 고효율 제품들을 선보이며 국내에서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현대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에 가동한 신공장은 자동화로봇들을 도입한 스마트공장으로 품질 좋은 태양광제품들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며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수요 변화에 따라 기술개발과 추가 투자를 지속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에게 그린뉴딜은 올해 미국 태양광시장의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를 국내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애초 강 대표는 올해 사업전략을 미국 태양광시장 공략의 본격화로 잡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미국에 판매법인까지 설립해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기 위한 교두보도 마련했다.

1분기까지만 해도 강 대표의 사업전략이 좋은 결과를 냈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에만 미국에서 태양광모듈을 426억 원어치 판매해 지난해 전체 판매금액의 62.5%를 달성했다.

그러나 2020년 2분기 코로나19의 확산이 본격화하며 글로벌 태양광시장의 전망이 어두워졌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태양광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상황이 심각해 태양광 프로젝트들이 중단되고 있다”며 “올해 태양광시장은 사상 최초로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은 전력망에 연결된 발전원 가운데 40%가 태양광일 정도로 태양광의 비중이 높다. 그만큼 코로나19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태양광산업협회(SEIA)에 따르면 2019년 미국의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13.3GW로 집계됐다. 강 연구원은 올해 2분기까지의 수요 감소만으로 미국의 2020년 태양광 설치량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어든 10GW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강 대표가 미국 태양광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었던 만큼 미국시장의 침체는 현대에너지솔루션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시장은 현대에너지솔루션이 2020년 2분기 연결 매출 1100억 원, 영업이익 22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10.1% 줄고 영업이익은 73.2% 급감한 수치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