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동네 슈퍼’를 대체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커머스 성장과 코로나19로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들은 생활 속 편의서비스를 잇달아 장착하면서 고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GS25 CU 편의점 수 경쟁은 그만, 동네 생활플랫폼 경쟁으로 전선 이동

▲ GS25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 GS리테일 >


20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기존에 점포 매장 수를 놓고 벌이던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 경쟁으로 불이 붙었다.

24시간 내내 제공되는 편의점의 다양한 생활 편의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난 데다 올해 코로나19로 집 근처에서 물건을 사거나 볼일을 보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업계 1, 2위를 다투던 GS25와 CU 등은 지난해 말까지도 점포 수를 공개하며 경쟁해왔지만 GS리테일은 올해부터 점포 숫자가 의미 없다고 판단하고 점포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편의점 점포 수는 전국적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 상품과 서비스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들은 생활 밀착형서비스를 잇달아 확대하면서 고객들의 만족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한때 편의점은 동네에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동네 슈퍼와 똑같이 물건을 팔지만 24시간 문을 열며 가격은 더 비싼 곳’이라는 인식도 있었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이용하기 편리한 점포’라는 편의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할 때 집 근처에서 쉽게 필요한 볼일을 볼 수 있는 ‘생활거점’이 되고 있다.

GS25는 상품 배달서비스와 세탁 서비스를 확대했으며 CU는 무인 복합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를 늘렸다. 세븐일레븐 역시 배달서비스를 확대했다.

GS25는 점포 부지를 활용해 전기차와 전동 킥보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세븐일레븐은 일부 점포에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해 기상 데이터를 수집하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주변 편의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목록을 살펴보면 홈택배, 무인택배배달, 차량 렌트, 송금, 보험, 현금인출, 해외 서류배송, 복사, 인쇄, 세탁, 전기차 충전, 중고폰 수거 등 다양하다.

우스갯소리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려면 상품 결제와 재고 관리는 물론 택배 포장과 보험 가입, 각종 IT기기 점검 및 수리 등을 다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만능형 인재’여야만 한다는 말도 나돈다.

그만큼 편의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수가 다양하다는 뜻이다.

편의점이 이런 서비스들을 바탕으로 생활거점으로 빠르게 변신하면서 생활용품을 당일 배송해주는 이커머스가 급격히 성장하는 상황에서도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GS25와 CU는 지난해 각각 영업이익 2565억 원, 1966억 원을 거둬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보다 처음으로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대형마트들이 이커머스 성장세에 밀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것과 달리 GS25와 CU는 나란히 사상 최대 설적을 거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들은 코로나19로 성장세가 다소 꺾이겠지만 영업이익 증가세는 여전히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점포 숫자보다 각 점포의 수익성이 높은 ‘알짜 점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회사에 더욱 큰 힘이 된다는 점도 편의점들이 서비스 경쟁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편의점주들로선 고객들이 자주 방문하는 서비스를 갖춘 편의점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만큼 ‘집객효과’를 지닌 브랜드가 알짜 점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편의점 신규점포는 2015년 2900여 곳, 2016년 3600여 곳, 2017년 4200여 곳이 늘었다.

일반적으로 가맹계약 기간이 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매년 점포 재계약을 앞둔 점포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 관계자는 “서비스 자체 수수료 수익도 의미가 있지만 고객 유입에 따른 상품 매출 증가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오프라인 유통이 어렵다고 하지만 생활 속 플랫폼으로 편의점은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